[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고영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통증도 다양한 통증이 있잖아요? 의학적으로는 이 통증을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그 구분 전에 통증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통증이라는 것은 어쨌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나쁜 거라고 생각을 하시죠. 하지만 이 통증이라는 것은 사람을 비롯한 생물들이 자신에게 나쁜,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피해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기전 중에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아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본인이 좋은 것과 나쁜 것 해로운 것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만지거나 혹은 접촉을 해서 그런 것들의 해로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통증이 없다면 실제적으로 굉장히 나쁜, 해로운 자극에도 마음대로 접근을 하게 되는 거죠.

통증이 생김으로써 '아, 이거는 나한테 나쁜 거구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그 자극을 피하게 됨으로써 이제 유아의 생존율은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통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자 기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 그러네요. 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통증이 무조건 ‘안 좋다.’, ‘해롭다.’, ‘나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의 생존율을 더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또 통증의 역할이기도 했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A. 통증 같은 경우에는 통증 경로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뼈나 근육이나 피부조직에 위치하고 있는 통각 수용체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면, 이게 말초신경계를 통해서, 우리 척추에 있는 척수 신경을 통해서 척수 신경과 대뇌를 매개하는 시상이라는 뇌 부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위를 거쳐서 뇌에서 이 통증을 인지하게 되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경로의 어느 부위에서 손상이 있느냐,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통증을 구분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는 통각성 통증이라고 하고요, 또 하나는 신경병성 통증이라고 합니다.

통각성 통증이라는 건 조직 손상에 따른 통증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근육이라든가 뼈라든가 이런 곳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발생을 하게 되는데, 쉽게 말씀드리면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뭉친다든가,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다든가, 다친 조직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을 통각성 통증이라고 얘기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신경병성 통증은 조직의 손상에 따른 것보다는 말초신경이라든가, 척수라든가, 뇌라든가 이런 부위에서 문제가 생겨서 생기는 통증입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잘 생기는 말초 신경병, 또는 대상포진이 생기고 나서 신경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고요. 또, 뇌졸중이 오면 그 뇌졸중 때문에 시상이라는 부위가 손상되면 그 부위에서 주로 통증을 매개하게 되는데 매개하는 기전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또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걸 또 완전히 분리하기가 어려운 게, 통각성 통증-조직이 손상되어서 생기는 통증-도 만성화가 되면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쪽에서도 문제가 발생해서 신경병성 통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통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치료 방법이나 치료 약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구분을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분들은 보통 신경병성 통증과 관련이 있나요?

A. 주로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 손상과 관련된 통증 같은 경우에는 주로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같은 데서 여러 가지 물리치료, 약물치료, 캐스트 같은 것들을 통해서 통증을 많이 줄여줄 수 있죠. 조직 손상과 관련된 부분들은 그쪽에서 많이 치료가 되는데, 신경병성 통증 같은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하거나 통증을 조절해주는 약들을 신경계에 직접 주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치료를 주로 받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그렇게 많이 좋아지지 않거나, 또 그런 통증과 함께 여러 가지 다른 증상들이 발생을 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을 하게 되시는 경우가 많죠.

 

Q.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통각성 통증 그리고 신경병성 통증을 분리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같이 치료를 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A. 네, 저는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어쨌든 통증은 통증 그 자체보다 부수적으로 생기는 증상들이 더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조금 관심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부분 통증에 몰두하다 보면 내가 못 자고 못 먹고 힘든 거를 당연하게 생각하시거든요. 물론 그거 자체를 병적으로 이해를 하고 치료를 받으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힘든 부분들을 굳이 그렇게 버려두고 통증에만 집착하실 필요는 없다는 거죠. 대부분의 통증이라는 거는 내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에 적응함으로써 통증도 같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일상의 적응과 회복을 위한 그런 과정에 정신건강의학과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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