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Hammer와 Zimmerman 등 많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수십 년간 연구한 결론은 일과 삶의 균형, 소위 말하는 워라밸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업무 지향적인 회사보다는 가족 지향적인 회사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복지제도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 급여 이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되었지요. 

워크 & 라이프 밸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시간과 기회비용입니다. 일에 몰두하는 만큼 가정과 삶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갈등과 양가감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 아직 끝내지 못한 업무가 남았는데 야근을 해야 하나?
- 얼른 집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놀아줘야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양자택일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업무 평가와 승진, 연봉 등. 경제적인 재화와 주로 연관이 많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이란 자원을 업무에 투자해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통해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전략을 선택할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유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 가정에서 추억을 공유할지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흔히들 워라밸이라는 부르는 이 균형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5가지 방법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1. 경계선을 확실히 그어라.

역할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는 상태가 워라밸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과 분할의 개념이 중요한데 야근을 한다면 최대 몇 시까지 할 것인가를 가족과 미리 상의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집에서 업무 메일을 받는다면 읽는 것까지만 할 것인가, 간단한 수정까지 할 것인가도 정해 두어야지요. 

퇴근 후 카카오톡이나 SNS로 업무 지시는 받지 않는다거나, 급한 메일도 밤 10시 이후에는 읽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회사에서 사적인 일, 가정적인 일로 업무시간을 투자할 때도 역시 중요한 일에 한해서만 30분 혹은 1시간까지만 투자한다는 경계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2. 근무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자.

Karasek의 직무요구와 통제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일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질수록 워라밸이 낮아지고 일과 가정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업무 통제력이 낮다면 근무시간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기에 퇴근 후나 주말에 약속을 잡거나 집안일을 수행하기 힘듭니다. 또한, 주간, 월간의 업무 일정을 유연하게 분배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일정에 쫓기고 가족에게도 확실한 시간을 할당하기 힘들지요. 

업무 통제력이 높은 이들은 항상 회사나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인력을 준비해두곤 합니다. 물론 완벽한 대체는 어렵겠지만 휴가나 병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리를 비웠을 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수인계와 자료백업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또한, 업무 진행 상황을 동료나 상사와 수시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열어놓는 것도 통제력을 높이는 좋은 습관입니다.

 

3. 건강은 워라밸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 직무에 대한 만족도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Lamontage와 Frone에 따르면 가정과 일의 심한 갈등을 경험한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불안장애가 생길 위험도가 9배, 우울증이 생길 위험도는 29배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심리적인 건강은 워라밸에 중요한 것이지요. 

또한, 정신건강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신체적 건강입니다. 심혈관계 질환과 직무 스트레스의 상관관계 연구나,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근무 집중력과 지속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직장에서 신경 써야 할 1순위는 업무고과나 회사의 매출 같은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건강상태입니다.

 

4. 회복력과 수면.

워라밸의 마무리는 잠과 휴식입니다. Barnes와 Wagner 등은 부족한 수면시간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워라밸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다음 날 업무 집중력과 효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칠 수 없게 되고, 야근이 생기면 다시 잠을 충분히 잘 수 없는 악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번아웃의 위험도를 떨어뜨리며 직무와 삶의 만족감을 높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resilience(회복력)가 생기는데 이는 곧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과 면역력을 의미합니다.

 

5.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해라.

언제나 예외적인 일은 발생합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경조사나 가족이 아프다든지 하는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돌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몇 가지 정해놓은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일이 생기면 기회비용에 대한 일체의 고민이나 갈등 없이 일을 중지하고 가정이나 삶의 중요한 일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해서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계속해서 아이를 실망시킨다거나, 친한 친구의 결혼식, 지인의 장례식 같은 날 일을 핑계로 계속 빠진다면 당신이 하는 일의 범위 또한 조금씩 위축될 것입니다. 일과 성공 역시 나의 삶, 대인관계의 연장선에 있는 것임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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