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신경을 쓰면 이루기 더 힘든 것들

기사승인 2019.09.26  08:38:15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마음에 관한 문제들은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나눠볼 수 있습니다. 환청을 듣는 조현병 환자는 비어있는 윗집에 층간소음을 항의할 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조증 환자는 경험도 전혀 없는 분야에서 자신만이 가진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고 얼토당토않은 계획서에 투자를 권합니다. 치매 환자도 자신이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도둑이 훔쳐 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서 주변에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우울증도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다른 어떤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상태라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알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나빠지는 일도 있습니다. 불면증이 대표적이죠. 잠들기 전에 오늘은 꼭 잘 자겠다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못 자면 안 된다고 걱정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이완되지 않아 잠들기 힘들어집니다. 중간에 깨면 시계를 확인하고는 오늘도 많이 못 잤다며 걱정하느라 다시 잠드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아침까지 몇 시간을 더 잘 수 있는지 계산하고는 낮에 충분한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하다 몸과 마음은 더 각성됩니다. 잘 자겠다고 신경을 쓴 것이 더 못 자게 만드는 꼴이 됩니다.

 

사진_픽셀

 

스포츠에도 힘을 줘야 하는 때와 빼야 하는 때가 있는 것처럼 정신건강도 비슷합니다. 앞의 불면증의 예에서는 기상 시간을 지키고, 밤이 아닌 낮에 운동하고,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적어도 일찍 마시고 끝내는 것으로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는 TV, 스마트폰 등 청색광을 멀리하고 조용하고, 어둡고, 쾌적한 환경에 있으려고 신경을 씁니다. 동시에 걱정을 내려놓고 이완하는 마음을 갖도록, 신경을 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수면시간이 좀 모자라도 괜찮다’ ‘잠이 안 오면 멍 때리다 출근하자’ 같이 마음을 풀어놓아야 오히려 더 잘 잠들 수 있습니다.

슬픔이나 불안 같은 감정도 비슷합니다. 심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면서, 조바심을 버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나쁜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발생한 일들로 다시 마음을 다칩니다. 고등한 판단을 하게 해주는 전두엽은 진화역사에서 최근에 발달한 부분이라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불안, 분노 등의 강한 감정에 휩싸이면 전두엽을 잘 사용하지 못해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화가 나서 후회할 일을 저지르곤 합니다. 억울한 일로 화가 났다면, 그 일을 바로잡기 위해 전략을 세워 실행하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야 하지만 판단력이 흐려져 엉뚱한 행동이 나옵니다. 신경을 써야 하는 곳에 쓰고, 꺼야 하는 곳에는 꺼야 하는데 말입니다.

비교하며 조바심이 날 때도 비슷합니다. 우수한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인 어린 학생을 떠올려 봅시다. 욕심은 나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매일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것 같은 동료들을 보며 신경이 쓰입니다. 동료가 받은 작은 칭찬에 자신을 비교하고 실망하며 의욕이 더 떨어집니다. 먹고 자는 일상마저 헝클어집니다.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그날그날 자신이 만들어가는 발전과 그것을 지탱해줄 몸과 마음의 건강이었는데 엉뚱한 곳에 힘을 뺀 것입니다.

 

신경을 쓰고 꺼야 하는 것은 청년들의 사랑에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할까 신경을 쓰다가 오히려 관계를 망치는 일이 생깁니다. 어쩌면 돈이나 행복 같은 인생에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비슷한 특성을 갖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들이지만 그것만을 갈망하면 오히려 얻지 못하는 특성이 있네요.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합니다. 산책, 음악, 명상, 종교 등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을 알고 ‘마음의 근육’을 평소에 키워둬야 합니다. 역경은 언제든지 우리를 찾아오니까요.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고자 인간공학과에서 연구합니다.

 

대인관계가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마음건강검진을 받아보세요 ► 

(20만원 상당의 검사지와 결과지 선착순 무료 제공)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