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연세채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윤혜진]

 

우리의 머릿속에는 매일 수도 없는 생각이 지나간다. 이 중에 스스로 느끼기에 쓸데없는 생각, 현재 하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을 방해하는 생각들을 우리는 잡념이라고 부른다. 어떤 생각은 원치 않는데도 자꾸만, 반복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것은 어떤 단어일 수도 있고 이미지일 수도 있으며 어떤 충동일 수도 있다.

아마 잡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잡념이 너무 많아진다면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잡념은 없애야만 하는 것일까? 아무런 잡념 없이 지내는 것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인 것일까?

여러 연구 결과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각들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생각을 증가시키는 역설적인 효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잡념을 통제하고 억제하려는 지나친 노력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잡념을 더욱 증가시키고 조절되지 않게 할 수 있다.

 

사진_픽셀

 

일반적으로 잡념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음의 네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1. 잡념을 그냥 내버려 두기
2. 오히려 잡념에 대해 집중해서 계속 생각하기
3. 잡념을 막는 다른 생각을 하기
4. 잡념을 그만두려고 노력하기

많은 사람들이 3, 4번의 방식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방식을 택하는 것은 우울, 불안과의 상관관계가 높고, 잡념을 없애는 데 있어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잡념의 내용이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 경우에 이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더욱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과연 생각이란 과연 나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내 머릿속에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떠오르는 생각들도 많이 있다. 잡념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 흔한 것이다. 당신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그 생각이 너무 추하고 공격적이고 끔찍하더라도, 그런 생각들이 꼭 깊이 숨겨진 나의 내면과 나의 일부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태풍에 유리창이 부서지는 상상이 든다.
옆구리가 콕콕 쑤신다.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높은 곳에 서 있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칼이 놓여 있다. 칼에 손을 베일까 봐 무섭다.
직장 동료에게 화가 난다.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있는, 그러나 내가 원치 않는 잡념과 불안, 두려움은 어쩌면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이다. 자신이 겁쟁이이고 소심하게 느껴지거나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걸까 싶어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나의 주체적인 가치, 기준 그리고 행동이 나를 말해주는 것이다. 나쁜 생각이 든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생각과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으로는 무슨 생각을 못할까? 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또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생각도 그렇고 나쁜 생각도 그렇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잡념이 떠오를 때 회피하거나 도피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하지 말라. 그것을 내버려 두는 것이 처음에는 상당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습관화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생각에 대해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대처를 하고 이외에는 그냥 내버려 둔다. 반복적으로 그 생각을 하다 보면 불안은 점점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는, 나쁜 생각을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기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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