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에 대처하는 호흡 이완훈련(breathing relaxation training)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불안할 때, 나는 어떻게 숨 쉬고 있나? : 호흡의 생리학

불안할 때, 자신의 호흡이 어떠한지 지켜본 적이 있는가?

앞선 글에서 언급하듯 불안은 포유류에 내재된 투쟁-회피(fight or flight response) 반응과 관련되어 있다.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즉각적인 행동 -위험에 맞서 싸우거나(‘fight’) 도망가는(‘flight’) 식의- 을 하기 위해 뇌에서는 코티졸(Cortisol)을 비롯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우리 몸에서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과정이 급격하게 시작된다. 위험과 불편을 감지할 때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은 사실 우리 몸이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라 할 수 있겠다. 아프리카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던 얼룩말이 언덕에 희미한 사자(라 추정되는)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 순간 그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바로 투쟁-회피 반응이다. 물론 99.99%(추정컨대 100%)는 도망을 선택하긴 하겠지만.

이 반응을 겪는 중 우리가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 중 하나가 바로 호흡의 변화다. 불안한 상태의 호흡은 대개 얕고 빨라지는데, 이는 체내에 비축된 열량을 빠르게 연소시켜 현 상황(위험하다 인식하는)에 대처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생리적 변화 때문이다. 열량을 태워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는 일정량의 산소가 필요한데, 투쟁-회피 반응이 나타나는 순간에는 필요량이 곱절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위험이 눈 앞에 펼쳐진 상태에서는 체내의 변화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탓에, 호흡 또한 이전과 다르게 얕고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이러한 호흡 변화에 불편함을 토로한다. 대부분은 ‘가슴에 뭐가 얹힌 듯 답답하다’라는 느낌을 받거나 ‘나도 모르게 답답해 자꾸 한숨을 쉬게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불편한’ 상황을 인식한 후 몸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 반응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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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발작에서 나타나는 과호흡

‘정말이지 그 순간엔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어요.’
‘숨을 쉴 수 없어서 당장 지하철에서 내려야 했어요.’
‘목이 졸려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고, 숨이 차고 어지러웠어요.’

투쟁-도피 반응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에도 개인에 따른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공황장애에서의 호흡은 답답함을 넘어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나, ‘목이 졸려 전혀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심신이 취약한 상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 반응은 한층 격렬하며, 불현듯 나타난 격렬한 신체 반응 자체에 대해 생긴 공포감 또한 신체 반응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신체 반응이 임계점을 넘어 공황발작으로 이어지게 되면 얕고 빠른 호흡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답답하고 가슴이 짓눌린 느낌, 불편한 호흡, 그리고 호흡과 관련된 흉곽의 근육이 피로해져 탈진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또한, 과호흡은 혈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산소 농도를 증가시켜 산-염기 균형을 깨뜨리고 체액의 알칼리화를 유발한다. 과호흡으로 인한 과잉 산소와 알칼리화는 손과 발끝, 그리고 뇌로 가는 혈관을 수축시키며 결과적으로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의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말단 부위에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손발 끝이 저릿한 느낌이나 이상 감각을 느끼게 되며, 뇌에 일시적으로 산소 공급이 저하되면서 순간 아찔하고 어지러워지거나 현실이 아닌, 무언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 공황장애 환자군 대다수에서 과호흡, 질식감으로 인한 불편감을 토로하곤 한다. 공황장애 환자군의 절반 이상에서 과호흡 양상이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들은 이산화탄소가 증가되어 있는 답답한 환경에서 비효율적으로 호흡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정상 대조군이 답답한 환경에 적응하여 깊고 느린 호흡으로 바뀌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 결국 주변의 이산화탄소를 더욱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공황발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공황장애에서 나타나는 호흡이 그리 효율적이지 않으며,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호흡의 보상적 변화 또한 보편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호흡의 불편함은 공황장애로 인한 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복식호흡을 통한 이완훈련의 필요성 : 호흡 이완훈련(breathing relaxation training)

공황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가 호흡이기에, 더 적절하고 건강한 호흡을 연습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많은 연구에서 공황장애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결과 비효율적인 호흡 습관이 바뀌고, 호흡 자체에 대한 조절감(sense of control)이 생기게 되면서 공황발작의 횟수가 줄어듦을 보고했다.

호흡을 통해 안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분야에서 많이 관찰된다. 요가, 참선, 단전호흡, 그리고 여러 무술이나 운동에서도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동양에서 사용하던 호흡법이 최근에는 서양의 마음챙김 명상 등에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데 있어 호흡 훈련이 불안과 공포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 자신의 호흡을 가만히 바라보자. 불안한 경우 나타나는 호흡은 대개 가슴으로 하는 흉식 호흡이다. 깊은 호흡을 하기보다 흉곽을 이용하는 얕고 빠른 호흡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어나는 호흡의 변화 자체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이지만, 불안의 악순환으로 인해 얕고 빠른 흉식 호흡이 지속될 경우 호흡으로 인한 변화들이 다시 공황발작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연습해야 할 것은 얕고 빠른 흉식 호흡에 반대되는 느리고 깊은 복식호흡이다.

가슴과 배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해보자. 아마 대다수는 가슴 부위만 움직이거나, 배와 가슴 부위가 함께 움직이는 호흡을 할 것이다. 복식호흡은 의식적으로 가슴 부위를 움직이지 않고, 배를 움직이는 호흡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배와 가슴을 나누는 근육인 횡격막을 움직이는 호흡이라 할 수 있겠다. 복식호흡이 불안과 공포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흉곽만을 이용한 호흡은 용적이 넓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횡격막을 의도적으로 아래로 움직이면서 호흡을 할 수 있는 용적 자체가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깊고 느린 호흡이 가능해져 불안이 점차 심해지는 과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또, 횡격막 아래 부위에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에 속한다. 횡격막을 움직이는 호흡을 할 경우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흥분된 교감신경계를 가라앉히고 균형을 찾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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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이완훈련 연습하기

1)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편한 의자에 앉아 꽉 죄는 벨트나 신발을 벗고 연습을 시작한다.

2) 가슴과 배에 손을 얹고,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배가 불룩하게 앞으로 나올 정도로 숨을 들이마신다. 가능한 한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복부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3)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호흡의 숫자를 센다(‘하나’ ‘둘’). 내쉬면서는 ‘편안하다.’라는 단어를 되뇐다. ‘편안하다.’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온몸의 힘을 뺀다. 낙지나 오징어와 같은 연체동물이 의자에 ‘널브러지는’ 느낌을 떠올려보자. 들이마실 때 복부가 팽창되는 느낌과 반대로 호흡을 뱉을 때는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긴장 끝에 찾아온 휴식이 너무도 달콤하듯, 복부의 긴장에 이은 몸 전체의 이완이 더 큰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호흡의 템포는 사람마다 달라서 각자 맞는 느린 호흡의 적절한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4) 일부 연구에서는(Wolpe 등) 입을 다물고 코로만 호흡하기를 권유하지만, 이 또한 개인차가 있어 자신이 가장 편하고 깊은 호흡이 가능한 형태를 찾도록 한다.

5) 위의 과정을 정해진 횟수만큼 반복한다. (대개 20회가량) 그만큼이 한 회에 연습하는 단위가 된다.

연습법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모든 연습이 그리하듯이 ‘왜 연습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연습을 하는 데 있어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테다. 공황장애에서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목적은 단순히 호흡 조절을 연습하는 것을 넘어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이 이완된 느낌(즉, 편안한 느낌)’을 연습하기 위함에 있다. 복식호흡이 아닌 호흡 이완훈련(breathing relaxation training)이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불안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두려움이 밀려올 때 연습해둔 호흡으로 최대한의 이완감을 느끼고, 공황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멈출 수 있는 것이다.

 

귀찮지만, 기록하기의 중요성

우리는 언제나 호흡을 하며 살아가기에 호흡의 중요함을 쉽게 잊기도 한다. 따라서 호흡 이완훈련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자신이 했던 연습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이완감에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루 일정 횟수 이상 호흡을 연습하며, 각 연습에서 자신이 1) 숫자 세기와 호흡 자체에 얼마나 집중을 할 수 있었는지, 2) 호흡 연습 후 얼마나 큰 이완감을 느꼈는지 10점 척도로 평가해보자. 누군가에게 내보이기 위한 과제는 결코 아니기에 다이어리나 종이에 직접 적어보든,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하든 상관없다. 다만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자신의 연습을 평가함으로써 자신이 연습하는 호흡의 목적을 반복적으로 인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개 불안이 시작되는 때는 주의가 산만해진다. 주변의 소음이나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불편한 자극이 될 때, 숫자 세기와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면 주변의 자극들에서 자신의 신체 감각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호흡을 통해 충분한 이완감을 느끼게 되면서 흥분된 신체 감각을 진정케 할 수도 있다. 공황의 끔찍한 공포를 생각하면, 호흡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완감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복식호흡, 언제 사용해야 하나?

이완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 연습 초기 단계에서는 불안한 상태에서 바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호흡을 억지로 하려다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약 3~4주 정도의 연습 후 호흡을 통한 이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불안의 조짐이 나타날 때나(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불안이 예상되는 상황 전(만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설 때 등) 사용한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공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로 만들도록 하자. 단, 공황발작이 시작되어 신체 증상이 격렬하게 나타날 때는 억지로 호흡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자연스레 이 상황이 그칠 것이고, 그러고 나면 아무런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견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황 증상의 본질이니까.

 

* 참고문헌 :

사회공포증 인지행동치료 지침서, 2010,대한불안의학회 사회공포증 연구회, 대한불안의학회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 1998, 최영희 이정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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