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지만, 2001년부터 비만 클리닉을 시작한 것을 보면 몸에 대한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임은 틀림없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도 명상이나 독서, 심리치료 등과 같이 정신적인 측면의 휴식이 대세를 이루더니 최근 들어서는 마라톤이나 스포츠댄스와 같이 신체적 측면의 땀을 흘리는 힐링에 더 열광하고 있다. 이른바 정적인 힐링에서 동적인 힐링으로 변화되고 있는 때, 건강 핫 키워드로 떠오른 ‘몸이 답’이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몸, 주목을 받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몸은 정신만큼 대접받지 못했다. 운동 잘하는 아이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굳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을 잘하면 운동선수가 되면 좋고,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하면 아이돌 가수나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권할 정도다. 직업도 예전엔 소위 펜대 굴리며 머리를 쓰는 사무직이 인기였다. 하지만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중요시되는 요즘엔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정적인 힐링? 동적인 힐링?

몸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은 힐링도 세분화시키는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정확하게 구분 짓고 있지는 않지만 보통 명상이나 독서, 낚시와 같이 움직임 없는 힐링을 소위 ‘정적인 힐링’으로, 마라톤이나 스포츠댄스와 같이 움직임이 있는 힐링을 ‘동적인 힐링’으로 그 범주를 나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 따라 정적인 힐링이 맞는 사람, 동적인 힐링이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

융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한 MBTI 인성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뉜다. 혼자서 고요히 에너지를 얻는 사람과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활동할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정적인 힐링은 혼자서 호흡과 이미지에 집중하면서 신체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과정이기에 내향적인 사람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에 동적인 힐링은 몸을 움직이면서 활동할 때 재충전되는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왜 몸이어야 할까?

이렇듯 정신을 우위에 두던 경향이 이제 몸으로 기울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몸일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몸을 덜 쓰는 생활은 건강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를 살고 있는 오늘날 힘든 노동은 거의 대부분 기계의 몫으로 돌려지고 있다. 사람의 노동력은 극히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 IT산업의 발달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발달에 집중하게 한다. 소위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몸을 거의 쓰지 않아도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 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몸은 덜 움직이는 생활로 변화됐고, 두뇌는 컴퓨터와 같이 과부하 상태에 걸려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이것은 우리 몸 건강에 적신호가 되고 있다. 현대인 중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 심신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 건강을 논할 수는 없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어렵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이다.

둘째, 몸의 활동은 정신적 힐링도 돕는다. 이런 불균형이 이제 정점에 이른 것일까? 정신노동으로 피로해진 많은 현대인은 서서히 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육체노동이 정신적 힐링을 돕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경험을 통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해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임상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토대가 되고 있어 의학계도 반색하고 있다. 2001년부터 비만·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는 유은정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고, 살이 찌면 스트레스를 더욱 받으면서 자신감도 없어지는데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 치료를 하면 스트레스가 해결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 너무 몸에만 편중된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몸과 마음이 어우러질 때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건강하게 습관이 된다. 몸을 움직이든, 마음의 수양을 쌓든 일주일에 1~2번은 각자 자기 상황에 맞게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는 재충전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셋째, 몸은 관계 회복을 돕는 또 하나의 대화다. 사람의 몸짓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는 말이 있다. 몸짓만이 아니라 육체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몸을 움직이는 댄스, 스트레칭, 걷기 등은 신체적, 정신적 잠재력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즐거운 일상의 탈출구가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접촉점을 제공한다. 또한, 이런 몸의 움직임은 대화와 같아서 다른 사람과 함께 움직이면서 동작을 통해 이뤄지는 대화는 자신을 알리는 동시에 상대를 알게 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기에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다.

 

동적인 힐링, 과연 그 효과는?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림으로써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해소하고 재충전하는 동적인 힐링. 윤대현 교수는 동적인 힐링으로 등산을 하고 있고 유은정 원장은 스포츠댄스를 하고 있다. 동적인 힐링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이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힐링법을 찾았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스포츠댄스를 예로 들어 동적인 힐링의 장점을 알아보았다. 우선 스포츠댄스의 동작과 스텝을 외우다 보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좋아지고, 심폐 지구력이 강화되고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춤을 추는 동안 평소 잘 쓰지 않는 골반, 허리, 팔 등의 잔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몸매와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운동이다. 무엇보다 다른 운동과 달리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자신의 바디이미지를 한 시간 이상씩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기도 한다. 또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면서 자세를 바르고 곧게 하려고 애쓰게 되고 일상에서도 습관적으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자세를 바르게 하도록 돕는다.

꼭 스포츠댄스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무엇이든 몸을 쓰는 행위는 동적인 힐링이 될 수 있다. 남들이 하니까 유행에 휩쓸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하느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이나 체력에 맞고 무엇보다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야 한다.

 

동적인 힐링이 대세라고 해서 정적인 힐링을 소홀히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몸도 건강하고 정신도 건강한 것이 건강의 목표점이기 때문이다. 심신의학 측면에서 몸과 마음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통합하면 ▶공간에서의 움직임 조절 ▶자신의 몸에 대한 주인의식 ▶자기 조절 감각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정신건강 트렌드로 떠오른 몸을 통한 힐링 코드. 그동안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던 것을 고려해 볼 때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몸만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이라고 하면 그간 정신에만 편중됐던 것이 이제 몸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체기사 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