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일시적인 감정인 반면,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건강 장애

‘우울하다’는 일상 대화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말이다. 주로 낙담이나 압박받는 상황을 언급할 때 우울하다는 표현과 연관 짓는다. 그러나 우울한 상태임에도 종종 슬프다는 감정상태와 혼동되기도 한다. 슬픔은 우울증의 증상이지만 이것을 한 데 묶어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증증이 심각한 건강장애란 점을 쉽게 간과한다.

슬픔은 특정한 사건이나 나쁜 경험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촉발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일시적이고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에 그치고 전환될만한 일이 있다면 쉽게 극복되는 감정이다.

반면에 우울증은 정신건강 장애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정서적 상태가 느끼거나 생각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사막에서 홀로 말라가는 것 같다라는 표현이나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오르는 이미지에 자신의 감정상태를 비유한다. 우울증은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 없는 삶을 사는 듯한 느낌에 갇히게 한다.

우울증은 슬픔과 달리 특정한 원인이 없이 나타난다. 겉으로는 훌륭한 직업에 근사한 집에 거주하며 가족들도 남부러울 것 없어 보여도 내면에는 외로운 감정으로 삶에 무감각해져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일시적 감정으로 이해하고 노력을 하면 벗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우울증은 정신적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떻게 슬픔과 구별될까. 우울증은 최소 2주 동안 거의 모든 활동에 대해 우울감, 외부에 흥미, 관심 없음을 경험하고 다음 증상 중 5가지 이상을 보이면 진단될 수 있다.

•수면 변화: 잠들기 어렵거나 또는 지나치 수면

•매일 반복되는 에너지 고갈, 또는 피로 누적

•식욕 변화 또는 체중 변화: 식사량의 변화, 체중 감소 또는 증가

•죄의식 또는 무가치하다는 느낌

•집중 곤란

•다른 사람이 눈에 띄는 느린 신체 움직임 또는 의도하지 않은 목적 없는 움직임

•자살 충동

우울증은 약물과 심리치료를 병행해야하는 질환이다. 항 우울제로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를 가장 흔하게 처방한다. 치료 전에 정신건강 전문의와 대화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인지행동치료법은 우울증에 자주 적용하는 심리치료법이다.

슬픔과 같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우울증은 시간을 두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이고 대부분 치료로 호전을 보인다.

도움말| 정정엽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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