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8, 19일 “전환의 시대, 마음과 뇌”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총 40개의 역대 최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성 소수자 진료 관련 이슈들”에 관한 심포지엄은 이른 시간에 시작됐음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에 비해 정신의학계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기조를 보여 왔으며, 이는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명백한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최초로 “성 소수자“가 단독 주제인 심포지엄이 열렸고, 동성애에 대해 본인이 동의한다면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발표자와, 미국정신의학회 등의 권고에 따라 전환치료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발표자들, 그리고 성 소수자 당사자까지 한자리에 모여 청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_픽셀

 

먼저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은 없지만, 가정폭력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동성애가 발생하고, 동성애에 의해 후천성 면역 결핍증후군(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 전파되기 때문에 전환치료로 원래의 생물학적 성을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지의 첫 발표가 끝난 뒤, 강연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 전환치료는 금기라고 배웠으나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이었으며, 좌장도 이를 의식하여 미리 주의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이어 전환치료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전환치료 후 자살 위험성이 높아져 전환치료 자체를 해선 안 되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법적으로도 금지되었다는 발표들이 이어지면서 청중은 안정을 찾았다. 또 NEJM, Lancet, JAMA와 같은 정신과 주요 저널에서 전환치료는 비과학적이고 효과가 없을뿐더러, 소아청소년의 경우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죄책감,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부모에 의해 강제로 시작된 전환치료는 소아청소년의 우울, 자살사고와 시도, 이후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정신의학회(the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 세계정신의학회(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미국의사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미국의학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등에서 당사자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바꾸어야 한다는 전환치료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연자는 덧붙였다. 전환치료 대신 Affirmative Psychotherapy를 활용할 수 있으며, 미국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 자료를 참고해서 진료하는 방안도 소개되었다.

성 소수자 당사자인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AIDS는 동성애를 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콘돔을 쓰지 않아서 전파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본인과 같은 성별인 사람을 골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성별이 자신과 같은 것이라 발언했다. 또 진료실에 있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로 인해 겪는 삶의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게 성 소수자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도 대부분의 전문의가 전환치료가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대안에 대해 알지 못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없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의도치 않게 성 소수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겨왔었다. 또 이로 인해 일부 잘 알려진 정신과를 제외하고는, 성 소수자의 외면을 받아 왔다.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는 정신의학회에서 성 소수자에 관한 주제를 공식적으로 다룸으로써, 관련 연구와 교육 및 성 소수자 진료 지침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바탕이 다져졌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 개인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 적시에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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