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는 건강한 인성을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적절한 칭찬은 아이들의 지능과 정서발달에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어떤 어려운 과제라도 해낼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자신감을 높여줍니다.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칭찬은 부모와 긍정적인 유대감과 애착형성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칭찬할 때도 방법이 있나요?”라고 묻는 부모도 많습니다. 그냥 ‘잘한다.’ ‘최고다.’ ‘멋있다.’라고 하고 ‘엄지 척 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칭찬하기’에 대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칭찬을 제대로 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어떤 칭찬은 아이에게 용기가 되고 바른 행동을 하게 하지만 성의 없이 대충 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경우, 노력이나 과정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칭찬은 아이에게 큰 부담감을 안겨주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셀

 

칭찬을 잘못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칭찬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너는 정말 머리가 좋고 똑똑하구나, 천재인가 봐

만약 내 아이가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온다면 부모들은 어떤 칭찬을 해야 할까? ‘너는 정말 머리가 좋구나.’하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머리가 좋다는 것은 유전적으로 이미 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노력보다 지능이 우선이기 때문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혹시 나쁜 성적을 받는다면 자신의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실수나 실패에 대해 개선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나중에도 칭찬을 듣기 위해서는 매번 이렇게 100점을 ‘받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심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영재로 평가받고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이들이 자라서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아이들은 주변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이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항상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무기력한 어른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자라면서 주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고 굴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은 머리는 좋지만 노력하지 않아서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부족한 자신을 위로하려고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똑똑하다’, ‘머리가 좋다.’ ‘천재다.’라는 것은 칭찬이라기보다 아이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평가를 받은 아이들은 다음에 성적이 떨어지면 바보 같고 멍청해진다는 생각에 한편으로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결과나 능력에 대한 칭찬, 점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칭찬인 ‘노력을 많이 했구나.’ ‘이런 생각도 해 보았구나.’ ‘어려운 문제를 끈기 있게 풀려고 했구나.’라고 노력과 과정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둘째, 어떤 일을 하든지 무조건 손뼉 치며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기

영유아 시절의 많은 행동은 부모들의 눈에는 신기하고 대견하여 감탄과 칭찬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매번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이가 어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는 그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칭찬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차라면서 칭찬하는 횟수를 점차 줄여야 합니다. 무조건 칭찬을 많이 하기만 한다면 자칫 아이는 ‘칭찬 중독’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잘한다.’ ‘대단하다.’라는 칭찬을 너무 많이 받게 되면 아이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게 되어 칭찬을 받지 못할 때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어 상처를 받게 됩니다.

너무 과한 칭찬을 자주 받는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항상 자신을 주목해 주기를 바라고, 자신만 생각하는 아이가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르게 됩니다. ‘칭찬 중독’에 빠지면 칭찬이 없으면 의욕을 잃고 소극적으로 되거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져 반항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게 됩니다. ‘착하다.’ ‘최고다.’라는 말에 익숙해져서 그런 행동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착한 행동만 하게 됩니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감정을 살피고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춘기가 되면 ‘내가 누구인가?’ 하는 큰 정서적인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너무 과한 칭찬을 해온 부모들은 칭찬하는 횟수를 줄여야 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보이는 바람직한 행동을 잘 관찰하고 “오늘도 혼자서 세수를 잘했구나, 이번 주 내내 혼자서도 잘하네.”라고 일주일에 한 번 칭찬하는 것이 매일 칭찬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합니다. 아이들도 이런 말을 들으면 부모가 자신의 좋은 행동을 매일 꾸준히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관심받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번 즉시 칭찬이라는 보상이 돌아오게 하는 것보다 꾸준한 행동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칭찬을 모아서 한번 하는 것이 아이들의 끈기와 힘을 길러주는 칭찬입니다.

 

셋째, 칭찬이 좋다고 해서 진심 없이 칭찬하는 것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모의 인정을 받으려고 칭찬을 요구합니다. 이때 부모가 무턱대고 ‘잘했다.’ ‘최고다.’하고 진심을 담지 않고 무턱대고 하는 칭찬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과정에 대한 인정과 관심입니다. “엄마, 내가 그린 그림 봐.”라고 할 때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그래, 잘했어.” 식으로 대답하는 것은 영혼 없이 습관적으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림을 잘 못 그렸다고 느껴지는데 무조건 "참 잘 그렸구나." “피카소처럼 그렸구나.”라고 칭찬하면 아이는 오히려 열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잘 그렸다 못 그렸다 하는 것은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그림을 잘 살펴보고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 나무는 키가 크구나.’ ‘그림 속 하늘이 무척 넓고 시원하게 느껴지는구나.’ 이런 반응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내가 공감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은 ‘부모는 네가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아이가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칭찬할 때 포옹을 하거나 등을 쓰다듬어주거나 하는 스킨십을 하면 부모의 진심이 더 잘 전달됩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이런 스킨십을 통해 부모와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넷째, 부모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조건적으로 칭찬하기

‘넌 정말 착한 아이야.’
‘넌 참 성격이 좋아.’
‘넌 엄마 일을 잘 돕는 훌륭한 아이야.’
‘엄마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아이에게 어떤 의도가 담긴 칭찬이나 무엇을 시키기 위한 칭찬 역시 아이에게 부담을 주게 됩니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 ‘부모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는 아이’라는 칭찬도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하면 부모의 사랑을 잃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런 칭찬은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부모와 떨어지면 불안을 느끼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아이들입니다. 아이에게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게 하거나 나이에 비해 더 성숙한 행동을 요구하는 칭찬은 아이를 걱정과 불안에 몰아넣는 행동입니다. 

칭찬은 부모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서 해야 합니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칭찬의 의미보다 부모가 칭찬할 때 보여주는 따뜻한 사랑의 기운을 느끼고 힘을 얻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지발달이 되면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부모의 과도한 칭찬이나 성적에 대한 칭찬, 부모의 소망이 담긴 칭찬을 들으면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잘 알게 됩니다. 아이들도 부모가 어떤 의도로 칭찬하는지 잘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칭찬은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느끼게 하고 칭찬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칭찬을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력이나 과정이 아닌 결과물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고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은 아이를 오히려 소심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진심 어린 칭찬으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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