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박준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언스플래시

 

'우리 아이는 ADHD는 아닌데요. 혹시 ADHD 치료제를 먹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공부를 잘하게만 할 수 있다면 값비싼 보양식이나 약도 마다하지 않는 높은 교육열이 존재한다. 이런 부모들에게 'ADHD 치료제가 ADHD 아동의 집중력을 좋아지게 한다면, 정상 아동의 집중력도 더 좋아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금도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가 간혹 있지만, 실제로 2007년에는 이런 의문이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진단평가 없이 학습능력 증진 목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를 먹였다가 국정감사에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외국에서도 대학생들이 성적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ADHD로 진단된 아동청소년은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학습능력이 좋아질까?' 하는 부분이다. ADHD 치료제 중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아동청소년이 복용할 경우 학습과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약을 먹기 전보다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확성보다는 속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물론ᅠ다른 ADHD 치료제도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ADHD로 진단되지 않은 일반인도 ADHD 치료제를 먹으면 공부를 더 잘하게 될까?'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있고 없다는 결과도 있지만, 대체로 일반인도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게 되면 기억력과 처리속도 같은 인지기능이 약간 향상되지만, 나머지 인지기능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메틸페니데이트를 학습능력 증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인들은 이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고 하며,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이 약의 강력한 각성효과와 용량이 높아질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사실 메틸페니데이트는 커피나 에너지 음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처럼 각성효과가 있다. 하지만 커피보다 각성효과가 훨씬 강력하며, 고용량을 복용할 경우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약의 화학구조 상으로도 중독의 위험성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며,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남용될 우려가 분명히 있는 약물이다.

2007년 국정감사 후 우리나라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하려면 반드시 정확한 진단 후 처방해야 하며, 6개월마다 처방이 필요한지 재판정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 ADHD 치료제로 효과를 인정받았을지라도 중독의 위험성이 높을 경우 아예 국내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약으로 인한 이익보다 부작용과 의존성으로 인한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깐깐하게 걸러주는 국가시스템 덕분에 우리나라는 술, 담배, 커피를 제외한 중독성 물질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일반인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약간의 학습능력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것은 현재 허용되지 않는다. 커피나 에너지음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처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에는 위험한 약물이라는 뜻이다. 또한 일반인이 오로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복용하는 것은 마치 스포츠 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처럼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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