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지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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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술이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기술skill이란 요리기술, 운전기술처럼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대개 이 방법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 때, 특히 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충분한 연습이 필요할 때 이런 방법을 기술이라고 부른다.

사회기술social skill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우리는 사실 태어난 순간부터 사회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이는 언어가 가장 기초적인 사회기술이기 때문이다. 언어능력, 즉 의사소통기술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적인 의사소통과 몸짓과 눈빛으로 주고받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사회기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안녕’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손바닥을 펴고 상대를 향해 좌우로 흔드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사회기술에는, 상대가 나보다 윗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인사법(단어선택과 제스처), 현재 관계가 친한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대화 시작방법, 대화를 유지하는 방법, 대화를 마치는 방법, 협동, 협상, 설득, 사과, 주장하는 방법 등 매우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사회기술을 국어나 수학처럼 정해진 과목으로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예절, 인사법, 눈치, 계층과 나라마다 다른 문화라고 부르면서, 평생 배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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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관계에서 필수적인 사회기술의 부족은 많은 정신의학적 문제에서 원인의 일부 혹은 증상의 호전을 막는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말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만 하다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일이 잘못되어도 자기 탓만 하면서 상대방에게 적절하게 배상을 요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자기주장기술의 부족이 사회불안증이나 우울증의 원인이나 유지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증에서는 부적절한 순간에 남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거나, 유머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등 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대화를 하므로 따돌림을 받기 일쑤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서도 충동적으로 남의 대화에 끼어들고,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눈치 없이 질문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나 품행장애에서는 순간 충동적으로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해버린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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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술훈련은 무엇인가요?

종합하자면, ‘사회기술이 부족하다’라는 것은 ‘그 순간에 어떻게 할지 모르거나, 알아도 할 수 없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회기술훈련social skill training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을 통해 숙달시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훈련으로, 이론적으로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기초하고 있다. 사회학습이론에서는 현재 나타나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대로 배워야 할 기술을 못 배웠거나 잘못 배워서 나타난다고 본다.

사회학습이론에 기반한 여러 치료방법 중에 사회기술훈련은 인지행동치료에 속한다. 인지행동치료란 생각(인지)과 행동에 변화를 주려는 치료를 의미한다. 사회기술훈련은 대개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하는 집단치료의 형태로 진행되고, 요즈음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조현병, 사회공포증, 적대적 반항장애 등 진단에 따라 세분되고 있으며, 단지 사회기술만이 아니라 질환별로 필요한 기술들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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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술훈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현재 세계적으로 엄격한 연구를 통해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ADHD 아동 대상의 사회기술훈련은 대부분 부모나 교사를 통한 간접치료이다. 즉 치료자가 직접 아동에게 사회기술훈련을 하지 않고 부모나 교사에게 사회기술을 가르친 후, 부모나 교사가 아동의 사회기술훈련을 하는 셈이다. 치료자 입장에서는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므로 부모교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아동에게 전달되는 내용 면에서는 사회기술훈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으로는 부모 우정코칭Parent Friendship Coaching, 협동적인 인생기술Collaborative Life Skills, 가정과 학교의 성공Family School Success, 놀라운 한해Incredible Years, 성공을 위한 5단계5 Steps to Success 등이 있다.

이와 달리 치료자가 직접 아동에게 가르치는 사회기술훈련으로는 부모와 교사가 아동의 정리 돕기PATHKO가 있으며, 아동에게 물건을 정리하는 기술, 시간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기술 등을 가르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친구와의 갈등, 따돌림, 정리기술, 숙제문제, 학습문제, 행동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클리닉과 센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회기술훈련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사회기술훈련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ADHD에 대한 사회기술훈련보다는, 적대적 반항장애와 품행장애에 대한 사회기술훈련에 가깝다. 실제로 ADHD 아동 중 45~85%에서 반항이나 품행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클리닉에 치료를 받으러 방문하는 경우엔 이 비율이 훨씬 높아져 대부분 반항이나 품행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ADHD 증상보다도 훨씬 더 중대한 행동문제가 있다 보니 그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기술훈련은 치료자가 행동치료 중의 하나인 ‘보상과 제재’를 통해 직접 문제행동을 수정하고, 이를 통해 집단 내에서 친구들과 덜 싸우고, 잘 어울리고,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사회기술훈련은 ADHD의 산만한 주의력, 과잉행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또래관계 문제, 선생님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나아가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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