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요새 애들은 배틀그OO드 모르면 놀아주지도 않고 끼워주지도 않는다는데 혹시 어떤 게임인지 아시나요?

A. 네. 서바이벌 방식의 1인칭 게임으로 총을 들고 다니면서 쏘고, 자신 혹은 자신의 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잡아야 하는 게임이죠.

 

Q. 그 게임 정말 재밌거든요. 그런데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계실 거 같아요. 게임 중독도 염려하지만, 폭력적인 게임을 했을 때 폭력성이 발현되면 어떡하나 걱정하실 텐데 어떤가요?

A. 학계에서 지금까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해서 낸 결론은, 슬프지만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어요.

Q.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습니까?

A.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근거로 차근차근 얘기되어있고요, 반대로 그걸 함부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편에서의 근거들을 제시한 부분도 팽팽한 상황입니다.

 

사진_픽셀

 

Q. 찬성 쪽에서는 어떤 이유로 폭력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나요?

A. 폭력적인 게임을 했을 때, 사용자의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의 연구를 볼 수 있는 건 굉장히 다양한데, 첫 번째는 실험연구죠. 실험연구는 대부분 대학생 모아놓고 게임을 열심히 시키죠. 몇 주 시킬지, 중간에 쉬는 기간을 두는지 등을 정한 다음에, 실제로 공격적인 행동을 어느 정도 하는지를 연구해요.

심리실험 연구에서는 게임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영상 등의 미디어 전반에 대한 노출이 더 많은 피험자가 공격성이 가중된다는 실험연구들이 있습니다. 메타 분석 결과에서도 실험연구에서 폭력적인 영상을 본 사람들이 공격성이 좀 높게 나타났어요.

그런데 실험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먼저 노출이 되고 그로 인해 어떤 행동이 나왔는지 선후 관계가 나타나서 인과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피험자의 특성이 우울하다거나 불안하던 사람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죠.

 

두 번째는 역학연구예요. 역학연구는 좀 단순해요. 사람들한테 설문지를 돌리거나,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공격성을 측정해서 이 아이가 폭력적인 게임을 몇 시간 하는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잖아요. 그 정보들을 수집하고 아이가 얼마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지를 수집하는 거죠. 실험연구는 백 명, 천 명을 할 순 없는데, 역학연구는 대상자의 숫자를 굉장히 늘릴 수 있죠. 

그런데 이 연구의 한계는, 폭력적인 게임과 공격성 사이의 선후관계를 알 수 없어요. 어쨌든 여기서도 ‘연관성이 있다.’라는 보고를 하고, 학자들이 폭력적인 미디어 혹은 게임의 노출이 공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요.

이걸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델을 말한 학자가 미국의 앤더슨 교수라는 학자인데, 그분은 ‘일반공격모델’이라는 말을 해요. 어떻게 말하냐면, 결국 폭력적인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계속 긴장 상황에서 게임을 하잖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세 가지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해요. 이건 가설입니다.

첫 번째는 ‘공격적 인지편향’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우리가 게임을 하다 보면, 뭔가 어디서 소리가 나거나 싹 스쳐 지나가면 저 사람은 날 공격할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까 중립적인 자극에도, 누가 날 쳐다만 봐도 ‘저 사람이 날 공격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 공격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것을 ‘공격적 인지편향’이라고 하고요.

두 번째는 ‘공격적 기대편향’이라는 말을 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싸울 수도 있고, 말로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갈등 상황에서 공격성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에요. 게임 상황에서 ‘안녕, 너 좀 져줄래?’ 이렇게 하지 않죠. 그냥 싸우죠. 그래서 그걸 ‘공격적 기대편향’이라고 해요. 

세 번째로는 ‘둔감화’. 폭력에 대해서 정서적인 예민도의 둔감화가 이루어져서 이 세 가지 인지왜곡과 정서적인 둔감이 생겨서 결국 공격성이 생길 것이라는 근거들을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Q. 뉴스에서 피시방 전원을 갑자기 내리는 실험을 한 것도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A. 굉장히 유명하죠. 한창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원을 꺼버리고. 그건 사실 ‘짤’로도 많이 돌아다니죠.
 

사진_MBC


Q. 그것도 괜찮은 실험이었나요?

A. 그 부분만 가지고 공격성을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겨울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누가 갑자기 보일러를 꺼버렸어요. 그러면?

Q. 열 받죠!

A. 열 받죠. 욕할 수도 있고, 이건 뭐야! 소리를 지를 수도 있죠. 비슷한 거예요. 뭔가 몰두하고 있을 때 이 상황이 갑자기 끊겼을 때는 사람은 짜증이 나요. 그게 게임만 그렇지는 않는다는 거죠.

 

Q. 그렇다면 찬성의견 말고 반대의견은 어떤가요?

A. 반대의견을 들어보면, 그것도 굉장히 그럴듯하긴 해요. 그런데 아까 제가 실험연구가 있다고 했잖아요? 폭력적인 미디어 노출 후 또는 폭력적인 게임 후에 공격성을 측정한다고 했는데, 실험연구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누군가를 총으로 쏠지, 누군가를 구타할지를 실험할 수 없어요. 그렇죠? 그건 윤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공격성을 측정하는 방식이 이런 거예요. 소음을 들려줄지, 음식에 매운 걸 넣는지 안 넣는지, 실제로 행동을 하게 시킨다면요.

Q. 그건 별로 정확한 거 같진 않네요.

A. 그렇죠. 윤리를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행동이 아니라고 하면 어떤 스토리를 주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하고 상상에 맡기는 부분인데, 상상하는 거랑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실험연구에서 실질적인 폭력성을 측정했는가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한계상 실험연구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런 실험연구를 우리가 어떻게 하냐?’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건 실험연구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예요. 

그리고 역학연구에서의 한계는 시간적인 선후 관계가 모호하다는 점. 실험연구는 정말 건강한 대학생들을 모아서 피험자로 선정할 수 있지만, 역학연구는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하는 등 원래 공격성에 좀 더 취약한 다른 요소들이 많은데, 그 요소들을 제대로 설문을 했는지, 제대로 배제했는지를 모르는 거죠. 그 연구 자체의 한계가 있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폭력적인 게임의 이용빈도는 미국에서 몇 년간 올라가는데 폭력적인 범죄율은 낮아졌다는 자료도 내세우면서, 폭력적인 게임 하나만 마녀사냥하지 말라고 의견을 내는 학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Q. 그래도 이런 문제 때문에 상담하는 부모님들이 계실 거 같거든요. "우리 아이가 이런 게임을 많이 했더니 폭력성이 많아진 거 같아요."라고 고민하시는 분들 있지 않을까요?

A. 사실 그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Q. 그럴 때 어떻게 상담해주시나요?

A. ‘저희는 모릅니다.’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잖아요. 두 개 다 이렇다고 설명해 드릴 순 없고. 그래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두 의견이 굉장히 다른데 그중에 모든 학자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요. "공격성향을 조금 올릴 수 있다고 실험연구에서 입증이 됐고 올리는 건 분명한데, 그 효과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이건 반대파도 인정하는 내용이고요. 공격성을 올리는 것이 실제 폭력적인 행위를 유발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대해석하지 말자.’라는 주의예요. 

그리고 추가할 점으로는, 아까 세 가지 일반 공격모델 말씀을 드렸잖아요. 폭력게임으로 인해서 세 가지가 나타나기 전에 폭력게임을 하는 사람의 '취약성'을 이야기해요. 원래 그 사람이 가진 취약성, 우울감이나 불안감이나, 아이들의 공격성,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양육, 부모가 얼마나 자율성을 존중해 줬는지, 체벌에 관련된 경험, 폭력에 관련된 경험이나 다른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게임 하나만을 볼 게 아니라 다른 요소들까지 살펴봐서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이야기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보호자 분들이 하시는 말씀의 포인트가, “아이가 게임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예요. 아이가 게임을 하고 안 하고는 부수적인 거고, 게임 대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거나 다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서 공격적인 행동이나 싸움과 같은 요소가 있을 때 그 행동이 줄어드는 게 우선이지, 게임을 줄이는 게 우선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해서 병원에 오셨을 때, 어머님이 이 아이의 어떤 점이 달라지길 바라는지 들여다보죠.

대부분은 단지 게임만 안 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잘 들어보면 아이가 공부할 때 기분이 우울하거나 집중이 안 돼서 혹은 재미없어서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냥 아이에게 “게임을 하지 마!”라고 얘기하면 아이는 웹툰을 보든지 다른 걸 하겠죠. 그런데 우리가 이 아이에게 해야 할 건, 우울한 기분을 해결해주거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아이에게 어떤 점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도와주고 하다 보면 아이도 원하고 부모님도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는 클 거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 거예요. 아이와 어머니가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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