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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친구가 우울증인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기사승인 2019.12.29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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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제 고민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친구가 우울증이래요. 얼마 전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친구가 저에게 너무 많이 의지한다는 겁니다. 친한 친구라 도와주고는 싶은데, 제가 조언을 해도 병원에 다녔다, 안 다녔다 반복하고. 얼마 전에는 병원을 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약도 중단하고 있는 상태더라고요.

괜찮아 보이다가도 금세 죽고 싶다는 말도 하고, 얼마 전에는 술을 먹고 제발 자기 좀 편하게 보내 달라고, 살아있는 게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이럴 때마다 저도 너무 지치네요. 대체 제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친구는 죽으려는 시도를 네 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물론 다 치명적은 아니었지만, 이러다 보면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괜히 제가 힘들어하는 친구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서 순간 소름이 끼쳤어요. 저도 하루 종일 친구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많이 힘들어져요.

친구가 치료를 그만두게 된 데는 경제적인 부분이 꽤 커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이래저래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제가 과연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제가 어떤 말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친구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네요. 제가 친구분, 질문자분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말씀하신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변의 친한 친구, 동료,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질문자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분이 이런 상황에서 어려워하시고 종종 질문하시곤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힘들어하는 친구분에게 굳이 어떤 말을 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도움되는 말이 있다면 당연히 표현하는 것이 좋지만, 그런 말이 없다면 그저 따뜻하게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억지로 짜내는 위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직접 건네주는 언어적인 표현보다 몸짓, 표정, 분위기와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따뜻한 감정이 들어있지 않으면 와 닿지 않습니다. 별 의미 없는 대화, 혹은 오히려 까칠한 대화라도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다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고 가는 감정을 공감이라 합니다. 질문자분은 친구분의 어려움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마 친구분에게도 이런 질문자분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은 친구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친구분의 어려움에 대하여 질문자분 혼자서 도와주려 하는 시도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미 일정 임계점을 넘은 우울증은 단순한 조언이나 신세 한탄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을 수 있어요. 특히 죽음을 생각할 정도라면 더더욱 그러하지요. 질문자분마저도 심적으로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면 당연히 자주 챙기고 싶겠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이런 위험을 알려주어 함께 도움을 줄 필요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혼자 부담을 느끼시는 것보다, 친구에게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친구분 상태가 좋지 못하여 이로 인하여 자살 시도를 여러 번 생각할 정도네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질문자분으로서도 지켜보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아요. 아픈 환자를 돌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실은 혼자서 친구의 모든 것을 도와주려고 하기보다는 병원, 지역 사회와 나누어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먼저, 경제적인 부분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꾸준히 방문하고 약물치료,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한 편이라면, 의료비를 나라에서 지원받을 방법을 알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거주하는 곳의 주민센터에 친구분과 방문하여 의료급여 신청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가능할지도 몰라요.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증상이 매우 심하고,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적극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각 지자체별로 존재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는 간단한 상담부터 필요하면 치료연계, 위험 상황에서의 대처, 경우에 따라 경제적 지원으로 연결 등이 가능합니다. 일단 친구분과 함께 방문해보고, 센터에서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상의를 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하여 답변드렸네요. 친구분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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