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서 실제로 하는 검사 중에 로샤(Rorschach)검사란 것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시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좌우 대칭인 데칼코마니 그림 10장을 피검사자에게 보여주고 답변을 듣는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로샤 검사에서 쓰이는 그림들은 특정한 사물이나 모양을 나타내지 않기에 백 명이 검사를 받는다면 백 가지의 제각각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답이란 게 없는 것이지요.

성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서로 다르게 인지되고 저마다의 생각과 무의식을 거친 후 나온 답은 모두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10장의 그림을 보고 나올 수 있는 각각의 반응은 특정 성격이나 심리상태와 관계가 있는데, 저희 정신과 의사들은 그 반응을 보고 이 사람의 무의식과 내면에 숨어있는 우울감과 불안, 분노의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찾아보곤 합니다.

 

실제 로샤 검사는 아래와 같은 순서 진행합니다.

1. 10장의 그림카드를 한 장씩 보여주면서 어떻게 보이는지 답을 체크한다.

2. 다시 첫 번째 그림으로 돌아가서 이 카드의 어떤 점이 그렇게 보였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물어본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색깔이나 형태, 전체를 봤는지 혹은 부분을 봤는지 등등의 이유를 얘기할 겁니다. 이 설명의 내용이나 서술방법, 논리적 특징들을 찾아 그 사람의 성격성향과 심리적 상태와 연결점을 찾습니다.) 

3.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카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카드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열 장의 그림 중에는 색깔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습니다. 다른 그림에 비해 형태가 명확한 것도, 애매한 것도 있지요. 즉, 문제로 치면 쉬운 문항과 어려운 문항이 섞여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자극들에서 보여지는 정서적인 반응과 지각능력을 체크하고는 합니다. 중립적이고 모호한 그림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답변과 반응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무의식이나 감정이 많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간단하고 모든 사람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비교적 단순한 그림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당연히 인지해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각하느냐, 정상 그룹과 얼마나 다른 반응을 보이느냐를 구별하기 위한 문제입니다.

 

로샤검사처럼 단순하고, 애매한 지각 자극을 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피검사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방법을 투사적 반응검사라고 합니다. 지능검사와 같이 질문과 정답이 있고 정상으로부터 벗어난 정도를 수치로 알려주는 구조화된 검사와는 다르게, 마음을 숨기거나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사람의 무의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로샤검사의 그림 중에는 성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카드도 있고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카드, 혹은 대인관계를 상징하는 카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나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버지를 상징하는 카드를 보여줬을 때 적절한 반응을 못 하고 우물쭈물한다거나, 다른 카드에 비해 묘사를 힘들어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로샤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억눌려있던 나의 오래된 감정과 두려움을 발견하고 다시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정신과에 방문하시거나 심리상담소를 찾는 것에 두려워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으시다면, 다양하고 좋은 검사들이 잊고 지낸 자신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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