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모임이 있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한참 재밌게 놀다 집 현관에 들어섰는데 외로움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몰려오더군요.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마음에 한 구석이 구멍이 뻥 뚫린 듯이 허무감에 맥을 못 추겠더라고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계속 감정이 극과 극을 오갑니다. 시간 감각도 이상해져서 하루가 너무 빨리 가버려 일과를 다 못 끝내기도 하고 ‘나 오늘 뭐했지?’하고 멍하니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라 밖에서는 혼자 하는 일을 더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이 불안감 어떻게 하죠?

 

 

답변)

안녕하세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사람들과 재밌게 이야기하고 식사를 하다가도, 막상 혼자 있으면 허무감이 몰려온다고 하셨는데, 사실 자연스러운 겁니다.

누구나 일종의 가면을 쓰고 삽니다. 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그에 맞는 가면을 씁니다. 가면은 대인관계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람들 앞에서 행동하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일정 선에서 사람들을 대하죠. 그 가면을 집에 와서 벗어 놓을 때의 괴리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마음 한구석의 뻥 뚫린 허무감에 조절하기가 힘들고 감정이 극과 극을 오가는 점들은 정도가 조금 심해 보이기는 합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혼자 있을 때 내가 허망할까.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 스스로가 가면 속에 있는 속마음을 나누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물론 동료, 가족, 친구들을 찾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대외적인 모습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굳이 용어를 붙이자면 가면성 우울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가면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질 정도로 상태가 심할 때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담을 통해 불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고 스스로 헤쳐나가고 나를 돌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자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왜 중요한지, 나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상담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본래의 나와 가면의 나를 통합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음에서 생겨날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 과정이긴 하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가면 속의 삶이 강해지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되고 허무해지기 마련입니다. 꼭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길 응원해봅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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