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의력결핍장애(ADHD)는 아이들의 학습장애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인 ADHD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ADHD 환자수는 2016년 4만 9322명에서 2017년 5만 2994명으로 한 해 3000명 이상 늘어났다. 19세 이상 성인은 56.1% 늘어났다. 국내 성인 ADHD 환자는 약 8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ADHD 환자는 자주 약속을 잘 잊어버리고 긴 영화를 보거나 지루한 책을 끝까지 읽기 힘들어한다. 커피를 쏟아버리거나 타인이 말하는 내용을 잘 못 알아듣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것은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 상황에 부주의하다 보니 ‘산만하다’, ‘덤벙댄다’와 같은 주변의 평판이 생기고 그것이 본인의 성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고 자기 일을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성인 ADHD가 생기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치료받지 못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과잉행동이 두드러지면 일찍이 ADHD를 진단받을 확률이 있지만, 이마저도 성격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져 ADHD라고 진단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동, 청소년기 때 ADHD가 제때 치료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ADHD 증상이 지속된다.
 

사진_픽사베이


어린 시절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도움과 지원을 주지만, 성인이 되면 주체적으로 일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ADHD의 증상은 완충 없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부정적인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원인을 알지 못하면 어릴 때부터 반복해온 증상이 ADHD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타고난 성격이나 성향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ADHD는 타고난 성격이나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교정될 수 있는 질환이다. 성인이 되어서 원인을 모른 채 반복해서 실수를 하고 공상에 빠져 사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당연히 불안하고 좌절감에 우울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인을 ADHD로 지목하지 못하고 다른 데서 계속해서 원인을 찾는다면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시키고, 사회불안장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ADHD의 증상은 현재 20-30대의 청년 정신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자주 이직하는 것이 반복되고,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단발적인 인간관계에 그치는 것이 젊은 세대의 특징이다. 매사에 급하고 정서가 성숙하지 못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동기부여, 목표의식이 약한 점 등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돈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은 이미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단 경제상황을 반영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신건강으로 진단될 수 있는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자꾸 잊어버리거나 주의집중이 안된다고 해서 모두 ADHD는 아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집중하기 어려운 행동이 반복된다면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정신의학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진단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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