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자존감이 낮아져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어요. 하루를 우울하게 보낼 때가 많아졌고, 무기력증은 덤으로 생겼습니다. 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제가 마음대로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망상도 살짝 있는 것 같고 이게 인간관계에 영향이 상당히 끼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도 오래된 친구밖에 없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 무서워요. 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지를 못하겠어요.

 

 

답변)

안녕하세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자존감에 열풍이 분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자존감을 사회에서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억눌려있고, 남들과 비교하는 양극단적인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나를 볼 때 남보다 ‘난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고 남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자존감을 악화시키는 것이죠.

자존감이라고 하면 self esteem, 즉 내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말합니다. 나 자신을 들여다볼 때 "부분적인 부족함이 있어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존감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남들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을 노력하기 전에 "내가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존감의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쌓여온 생각들을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죠. 내가 나를 사랑하려고 하려면 나를 왜 낮게 보는지 과거를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용감하게 자기 연민을 스스로에게 표현하십시오. 자기의식을 바꾸는 것은 꽤 오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자기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자기와 남을 비교하거나 경쟁을 피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모르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찾아보면 자꾸 인간관계에서 물러서고 위축되는 행동을 하는 것, 성취하려고 하지 않는 행동 등이 일정한 패턴처럼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내가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행동들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행동들을 일단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환경을 바꿔나가는 노력들, 예컨대 독이 되는 인간관계를 청산한다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일 등을 해야 합니다.

오래된 친구만 있다고 하셨는데, 꼭 오래된 관계라고 해서 건강한 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자존감과 연관된 사이라면 오히려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스스로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한 방향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틀림없이 자존감이 올라가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은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한 걸음씩 그 방향을 향해 걷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이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가시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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