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혜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요?

A. 우선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OECD 국가 자살률이 2018년도 기준 또 1위로 나왔어요. 2011년 이후로 계속 떨어지고는 있는데, 여기 안에서도 10대는 늘고 있어요. 더 어린 아이들은 암 같은 질병이나 다른 원인으로 많이 죽는데, 10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사망 원인 1위이기 때문에 엄청 심각한 문제죠.

 

Q.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걸까요?

A. 자살이 왜 이렇게 많은지는 아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요.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도 아이들도 영향을 받을 테고요. 혹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너무 통칭하는 건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어떤 문제가 되었든 자살하려는 사람의 개인적인 심리 상태는 우울증이예요. 

청소년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은 중학생의 경우 관계 문제, 고등학생은 학업 문제라고 합니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그 나잇대에서 중요해지는 이슈가 있는 건데, 아이들한테는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 외로움, 그리고 또 부모님과의 관계 등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이 되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들이 많이 언급됩니다.

 

사진_픽셀

 

Q. 요즘 매스컴에 보면, 유명인들의 자살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영향을 미칠까요?

A. 청소년기에 우상화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렇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면 청소년들이 아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고 나면 같은 나잇대가 모방 자살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리고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지 청소년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모방 자살을 영어로는 카피캣 수어사이드(Copycat Suicide) 또는 베르테르 이펙트(Werther effect)라고도 하거든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괴테의 유명한 소설이 나왔을 때, 그 나잇대 청년들이 엄청나게 많이 죽은 걸 후대에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했어요.

아무튼 청소년들은 연예인의 자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을 심리 부검, 즉 이 사람의 이력, 과거 행적을 저희가 부검해보면 유명인이 죽었을 때, 기사 보도에 너무 눈이 먼 나머지, 일종의 학습처럼 되어 버리는 거죠. 그래서 보도를 할 때 권고규정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자세한 자살 방법을 쓴다든지 로맨틱하게, 낭만적으로 소설화해서 보도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요. 외국의 사례에 따르면 규제 후에 확실히 좋아졌다고 합니다.

다만 요즘에 정형화된 기사만 있는 게 아니라, SNS에 우후죽순 자극적인 기사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웬만하면 관련 보도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나도 죽으면 어떡하지?’ 내지는 ‘나도 죽음이 자꾸 반복해서 자꾸 생각나’라고 하면, 충분히 어머니나 가까운 사람들이 '난 이런 것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격려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Q. 이 글을 보고 있는 마음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을 위해서 한 마디 해주세요.

A. 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쉬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오해할 수 있는데, 명백히 아닙니다. 아이들은 지금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것 때문에 죽고 싶은지 얘기를 들어야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해버리면 오히려 은밀하게 진행이 되거든요. 그래서 놀라더라도, 죽을 만큼 힘든 고통에 대해서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이 친구들의 고통은 분명 나름의 고통이 있는 거고, 이것을 저울질하면 안 돼요. ‘야, 엄마아빤 더 힘들어. 너 돈 벌어오니?’ ‘나도 그땐 그랬다. 지나 보니 별거 아니더라.’ 이렇게 해버리면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거예요. 자살이라는 걸 도덕적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해버리면 안 되고요. 그 고통이 뭔지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사실 부모는 아이가 죽겠다고 하면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가와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해결되는 부분이라서,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혜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정신과학 박사 수료
전) 강북삼성병원 직업 정신건강연구소 교수
전)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조교수
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
한국정신분석의학회 심층 정신치료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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