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양극성 장애는 어떤 질병을 말하는 건가요?

A. 단어가 어렵죠.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단어를 들으면 금방 아실 법한 게, 양극성 장애는 다른 말로 조울증이라고 얘기합니다.

조울증은 기본적으로 기분이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합니다. 즉, 조증이라고 그러면 기분이 들뜨는 거고요. 우울증이라고 그러면 기분이 가라앉는 거거든요.

흔히 오해하시는 게 조울증이 있으면 하루 중에도 기분이 들쑥날쑥한 것을 조울증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은 조증과 우울증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큰 파도를 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증 같은 경우에는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동안 조증의 증상이 지속하여야 하고요. 우울증 같은 경우에는 6개월에서 9개월 이상 동안에 우울기 증상이 지속돼야 해요. 그래서 하루 중에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건 조울증이 아니라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나의 기분이 들쑥날쑥하는 거죠.

조울증에 대해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자 기계가 있잖아요. 110V 세대가 있고 220V 세대가 있잖아요. 제가 아주 어릴 때는 110V가 있었거든요. 110V와 220V가 겸용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잘못 꽂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었거든요. 그러면, 110V짜리 선풍기를 220V에다 꽂고 선풍기를 틀면 어떻게 될까요?

 

Q. 그러면 불나지 않아요?

A. 아니요. 약풍이 강풍이 돼요. 그리고 강풍은 초강풍이 되죠. 즉, 이 기계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뭔가 과하게 활성화가 되는 거죠. 이걸 조울증에서 조증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반대로, 220V짜리 기계를 110V에 꽂는다고 생각을 해보죠. 220V짜리 토스터를 110V에 꽂고 빵을 넣고 누르잖아요? 그럼 토스트가 덜 되죠. 덜 익어서 나오죠. 즉, 약한 형태로 가는 거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기분의 수준이 있는데, 마치 220V짜리를 110V에 꽂게 되면 그 강도가 낮아지듯이 우리의 기분이나 에너지의 강도가 상당히 낮게 유지되는 것을 우울기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Q. 양극성 장애, 조울증은 많은 사람한테 발생하나요? 

A. 조증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우울기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극성 장애는 전체 인구 중에서 1% 내외 정도의 환자분들이 있다고 해요. 대략적으로 따져보면 조울증의 유병률하고도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양극성 장애 조울증 증에서도 약한 형태의 증상이 있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경조증이라고 해서 조증을 살짝 느끼는 거죠. 기분만 많이 좋아요.

또, 의욕도 높고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을 정도로 조증이 살짝 왔다가 깊게 떨어지는 우울증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양극성 장애가 있는데요. 조금은 가벼운 형태의 양극성 장애를 다 포함하는 경우에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5% 이상 보고가 되기도 합니다. 꽤 많은 편이에요.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런 거죠. 경조증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은 잘 못 느낄 수가 있어요. ‘오늘 기분 되게 좋네?’ 요즘 최근에 계속 실적도 좋고, 성격도 쾌활하고, 평소와 다르게 의욕도 좋아서 보기 좋은 식으로 경조증이 살짝 넘어갔다가, 우울증이 깊게 오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양극성 장애로 진단되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본인도 그냥 우울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은 유병률에서 양극성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 포함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모든 양극성 장애를 포함하면 아까 말씀드린 2.5%보다 더 높은 유병률일 거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양극성 장애가 있으면 안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사람들이 ‘조울증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걱정하거나 피할 거 같거든요?

A. 우리는 다 기분의 변동을 느껴요. 항상 기분이 좋을 수는 없잖아요. 날씨나 계절이나 혹은 상황에 따라서 우리의 기분은 변동이 있거든요. 옛날에 ‘바이오리듬’이라고 해서 핸드폰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도 있었던 것처럼요. 그렇듯 우리의 기분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게 병적인 수준 즉 치료가 필요한 수준까지 가려면 상당히 커야 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많이 줘야 하죠. 

물론 아주 심한 전형적인 조울증의 경우에는 우울증이 왔을 때 일반적인 우울장애보다 자살에 대한 위험이나 중독에 대한 위험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나 있어요. 그 이유가 한편으로는 상실감이 더 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지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어떨 때는 본인이 의욕이 높아서 성취감이 클 때도 있었을 거거든요. 그런데 한 순간 툭 하고 떨어지면 좌절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 같아요. 

 

전형적인 양극성 장애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더 위험한 질병이 될 수도 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역사적인 인물 중에서 의외로 지금 이렇게 그 사람의 생애를 돌이켜 봤더니 자서전이나 혹은 역사서들을 돌이켜 봤더니 ‘이 사람 양극성 장애였던 같아’라고 언급되고 있는 위인들이 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작곡가 슈만이에요. 이 분은 30대 때 거의 왕성한 활동을 펴면서 본인의 여러 작곡의 상당 부분들을 남겼거든요. 그런데 30대 때에도 연도별로 나온 작곡의 성취율을 보면 들쑥날쑥해요. 어떨 때는 정말 안 좋고요. 거의 작곡을 못 하다가 한 해에는 백 편 넘는 교향곡이나 여러 작곡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것을 분석해 보고 이 사람의 삶에서의 형태까지 돌이켜 봤더니 이 사람은 지금 봤을 때는 전형적인 양극성 장애인 거 같고, 우울기일 때에는 거의 작곡을 못 하다가 조증기일 때에는 상당히 열심히, 기록을 보면 하루에 22시간 정도를 작곡했다고 하거든요.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작곡을 한 거죠. 에너지가 폭발해서, 110V짜리 기계를 220V에 꽂은 상태였던 거죠. 

 

Q. 양극성 장애(조울증)가 있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까요?

A. 증상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요. 정신과의 대부분 질환은 진단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증상을 비슷한 강도로 경험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분들은 증상이 심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증상이 경할 수도 있죠.

증상이 경하고 관리도 잘 되고 있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겠죠? 그리고 증상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잘 받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면 증상이 상당 부분 완화되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수도 있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정치인 중에서 대표적인 양극성 장애 환자가 둘 있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정치인 중에서 ‘처칠’과 ‘히틀러’가 양극성 장애 환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신과 의사 한 분이 쓰신 책에서 언급이 됐던 부분인데요. ‘처칠’은 치료가 잘 돼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성취를 많이 이뤄낸 케이스에 들어갈 거고요. ‘히틀러’는 당연히 치료가 잘되지 않고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양극성 장애 환자라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죠. 

즉 무슨 이야기냐면, 양극성 장애는 절망적인 질환이라기보다는 치료와 관리만 잘하면 일반 사람들처럼 지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성취율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도 알 수 있는 거죠.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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