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양극성 장애(조울증)는 조증과 우울증 증상이 둘 다 나타나나요?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나요?

A. 양극성 장애, 조울증에서는 조증과 우울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요. 크게 파도치듯이 조증으로 떴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가, 우울증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우울증이 올 수도 있고 조증이 올 수도 있고, 꼭 교차하는 건 아니에요. 살짝 좋아졌다가 한동안 잘 지내다가 한참 있다가 다시 우울로 빠질 수도 있고, 딱히 흐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이게 예측이 될 수 있다면 치료할 때도 편할 것 같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예측이 되진 않아요.

이 흐름은 ‘에너지’로 치환해서 설명해 드릴 수 있어요. 조증기에는 에너지가 높은 단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 의욕, 수면, 행동, 소비의 형태, 생각과 관련된 부분에서 에너지가 다 높은 방향으로 가요. 즉 조증기에는 자신감도 커지고, 기분도 고양되어 있고, 몸짓도 커질 수 있고, 뭐든지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행동도 과해져서 사업을 벌인다든지, 쇼핑을 과하게 한다거나, 밤에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에너지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밤을 새우고 일해도 그다음 날 멀쩡하게 또 일할 수가 있고, 또 생각 자체도 과하게 갈 수 있습니다. 생각의 과정도 비약이 되기가 쉽고, 그 내용 역시도 내가 뭐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전지전능감 같은 것들을 가질 수 있어요. 그게 심해지면 과대망상이라고 하죠. 이렇듯 아까 말씀드렸던 우리 생활 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각이나 행동, 의욕이나 수면, 자신감 같은 부분들이 에너지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조증기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에 우울기일 때에는 조증기와 정반대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죠. 그래서 의욕이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거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고, 나는 못난 사람처럼 느껴지고, 활동이나 말하는 것도 역시 떨어지는 방향으로 갑니다. 방 안에서 집 안에서 나가기 싫어지고 말수도 부쩍 줄어들고 잠도 마찬가지예요. 잠도 마치 겨울잠을 자듯이 낮에도 계속 잘 수 있고요. 밤에도 낮에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는 식으로 우울기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생각의 내용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머리 안에 아무 생각이 안 날 수도 있고요, 생각의 내용 역시도 자기를 비하하는 자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로 쉽게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런 경우에 우울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인 거죠. 

양극성 장애, 조울증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보면 웃고 있는 가면과 울고 있는 가면의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조울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진_픽사베이


Q. 조증일 때 사업을 벌이기도 하고 쇼핑도 많이 하고 한다고 하잖아요. 우울기가 찾아왔을 때 조증일 때 벌려 놓았던 일들을 어떻게 해요?

A. 수습을 못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차적인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고, 일반적인 우울장애보다 증상의 강도, 그리고 자살이나 중독과 같은 것들의 연관성이 조울증에서 더 큰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똑같이 우울증이잖아요. 우울기, 우울장애에서도 우울증이라고 하죠. 증상은 다 우울한 증상이에요. 그러면 이 사람이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을 때 이게 일반적인 우울장애인지, 혹은 양극성 장애(조울증)인지를 감별하기가 힘들지 않겠어요? 그런 것들에 있어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극성 장애에서의 우울기는 어린 나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주요 우울장애는 중년 이상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죠. 그래서 한때는 청소년에서의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장애보다는 ‘양극성 장애의 우울기 가능성이 더 클 거다’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이 있었을 정도예요.

양극성 장애(조울증)는 기분이 큰 파도를 친다고 했잖아요. 계절에 있어서 유독 가을이나 겨울이 되거나 혹은 봄이 되거나 하면은 심하게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것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계절성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우울장애보다는 양극성 장애를 조금 더 시사한다는 얘기가 있고요. 가족 중에 양극성 장애, 특히 조증이나 경조증을 동반하는 양극성 장애가 있었거나, 본인이 과거에 조증이나 경조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양극성 장애를 좀 더 시사하는 바입니다.

또 하나는 반복되는 우울증의 경우예요. 우울증이 있었다가 좋아졌다가, 우울증이 있었다가 좋아졌다가 반복되는 경우, 본인은 모르지만 중간중간에 경조증이 끼어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우울증을 계속 반복한다면 그것 역시 일반적인 우울장애보다는 양극성 장애의 우울기를 고려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의사들이 진료하면서 파악하는 부분이지만, 정보를 전달해드리는 의미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급을 드리고 싶어요.

 

Q. 언제 경증이 조증이 되고 언제 우울증이 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A. 그렇죠. 흐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어요. 물론 큰 흐름은 존재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게 좋아지고 난 다음에 다시 조증으로 갈지 우울증으로 갈지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걸 다 예측할 수 있다면 미리 약을 조절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죠. 그래서 진료를 꾸준하게 해 나가면서 증상의 변동,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하는 내용 같은 것들을 통해서 ‘이건 조금씩 올라가는 분위기인 거 같아’ 혹은 ‘깔아지는 분위기인 거 같아’라는 것을 같이 캐치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죠.

 

Q 교차점이 존재하나요? 같이 나타나기도 하나요?

A. 바로 툭 하고 뛰어 올라가진 않기 때문에, 약간 서서히 올라갔다가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 시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재성 삽화라고 해서 우울기와 조증기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는 합니다. 이 경우는 훨씬 더 증상이 더 복잡해요. 

 

Q. 그거야말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이런 건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기분이나 생각은 다 부정적인 방향이에요. 우울증기인데 에너지만 높아져 있는 상황에 가깝다고 보시면 돼요. ‘우울하고 힘들고 어렵고 괴롭다’라고 얘기하는데 이 사람은 행동도 과하고 말도 많고 짜증도 쉽게 내고 충동성도 좋고, 그렇단 얘기는 에너지가 높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의 말하는 내용이나 행동을 보면 우울증에 가까운 내용이 많아요. 그렇다고 한다면 혼재성 삽화를 의심해 보기도 합니다.

드물게 혼재성 삽화는 약물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치료하기 위해서 우울증약을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죠. 그런데 FDA에서 승인받은 우울증약들의 상당 부분은 약 허가사항 뒤에 적힌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내용에 ‘자살’이라는 주의사항이 들어가 있어요. 되게 아이러니하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약물의 부작용 위험성에 자살이 들어간다는 거죠.

그 이유는 양극성 장애 환자분들에게는 우울증약이 그렇게 효과가 없기 때문이에요. 다른 질환이에요. 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질환이라고 보시는 게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 우울기일 때 일반적인 우울증 약을 사용하면 효과가 없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파도의 폭을 급격하게 강화시키고 혼재성 삽화로 넘어가는 수가 있죠. 그렇게 하면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 우울증약 뒤에 부작용이나 위험성으로 ‘자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거겠죠.

 

Q. 그렇다면 보통 환자들은 조증인 경우에 병원을 많이 찾나요? 우울증인 경우에 병원을 처음 찾게 되나요?

A. 심한 조증은 혼자서 병원에 잘 안 와요. 왜냐면 본인은 이 모든 게 자기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감도 차 있고, 자기는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판단하거든요. 왜냐면 에너지가 과도하게 올라가 있고 의욕이나 자신감도 과도하게 올라가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그게 심해져서 본인,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도 다 힘들어할 정도의 증상들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입원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겠죠. 그럴 때는 본인이 병원에 잘 오지 않으려고 해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병원에 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적으로 병원에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는 다른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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