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가족 중에 우울증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분이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에게 의지하는데 그와 동시에 가족들을 끝없이 의심해서 너무나도 지쳐갑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지 못하도록 주변 사람들이 방해한다고 생각하시고, 그것이 점점 커져서 온 세상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병원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도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너무 걱정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용진입니다.

가족 중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지만, 진료조차 거부하고 계시는 상황이군요. 아마도 자신에 대한 위축감과 부정적 피해의식과 같은 증상이 환자의 생각에 자리 잡아 더욱 거부적이고 설득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진단을 논하기는 주어진 정보가 짧아, 어렵지만 일반적인 부분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울증에서 비롯되었든 아니든, 사고(생각)와 관련하여 병적인 자신만의 생각이 자리 잡은 경우에는 그 잘못된 생각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반박하려고 하면 치료로 이끌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면, 감정적인 마찰이나 거리가 더 생기거나, 가족들도 환자의 잘못된 피해의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향후 더욱 치료를 설득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마련이죠.

이런 경우, 핵심보다는 주변 증상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습니다. 환자의 핵심증상과는 조금은 떨어진, 어쩌면 마음이 힘들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들을 예로 들면서 얘기해보는 것이죠.

흔히 동반되면서도 고통스러운 불면이나 두통,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두근거림, 호흡이 답답함, 소화불량, 떨림 등의 문제가 있다면, 그런 증상에 충분히 공감해주면서 ‘누구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럴 수 있다’고 하시며, 그런 경우 치료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감기에 걸려서 내과에 가듯이 일반적인 문제다’라고 설득을 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기에, 설득하는 보호자도 가끔 그렇다고 하면서 함께 진료를 보자고 설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이라는 부분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래도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습니다. 심리상담센터에 먼저 방문하여 상담해볼 수도 있겠고, 시나 구마다 설치되어있는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연락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해보는 것을 유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에 거부적이신 분들을 치료로 이끄는 것은 보호자뿐만 아니라 치료자에게도 힘든 일인 것이 사실입니다. 지치지 않도록 가능한 보호자님께서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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