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20대 여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잘 먹었습니다. 식사, 군것질 가리지 않고 배가 꽉 차고 소화도 안 되는데도 밀어 넣을 정도였어요.

저는 제가 성장기 청소년이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성인인 지금은 여러 가지 위장병을 달고 살고 있어요. 이 식탐을 멈춰보려고 식욕억제제도 처방받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단순 입맛이 떨어지는 느낌일 뿐이지, 정작 음식이 앞에 있으면 계속 먹을 수 있었어요. 

한 번은 억지로 먹고 싶은 음식을 건너뛰고 집으로 간 적이 있는데, 그날은 집에서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울면서 그 음식 먹방만 밤새도록 보면서, 그 가게가 언제 오픈하는지만 계속 반복해서 검색해보고, 밤을 지새우고 가게가 오픈하자마자 그 음식을 왕창 사서는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 토하고 다시 먹고를 반복 했습니다.

저를 제어하려고 하다 보니 점점 하루하루가 불안해져요.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형진입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보이는 것이 폭식증이죠. 많이 드시는 증상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굶거나 이뇨제를 먹는 것으로 제거를 하는 행동이 가장 큰 문제가 되거든요.

 

식이장애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먼저 유전적으로는 가족 중에 우울장애, 성격장애, 비만 등이 있다면 식이장애로 이어지기 쉬워요.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신경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에 균형이 깨져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분석적으로는 가족 중 누군가 없다는 맥락이 스트레스나 분노를 일으킬 수 있어요. 결핍감이나 허전함을 채우려고 먹으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연 주신 분의 대인관계나, 본인을 둘러싼 주변 상황 등의 정보를 알 수 없어서 사연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식이장애는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식이장애는 거식증, 폭식증, 신경성 대식증으로 나뉘는데, 거식증과 폭식증은 게워내는 행위가 있고 몸매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신체상에 압박감을 느끼고 인식이 높은 편이죠. 신경성 대식증은 이에 비해 심리적 압박이 없는 편이고요. 다만 음식에 과하게 집착하고 강박적인 성향은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식이장애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어서 치료가 필요하다면, 우선 심리적인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약물치료부터 시작합니다. 약물치료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에 약물치료만 지속적으로 하면 괜찮다 생각하시는 환자분들이 있는데, 식욕억제제는 장기간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불안이 가라앉으면 다음 순서로 성격적인 문제 배경적인 환경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 음식에 집착하는지 생각을 돌아보는 치료가 있고, 심층적인 심리를 들여다보는 방식도 있습니다. 음식을 많이 먹는 행위 자체가 불안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먹은 것을 토하는 행위로 부모와 떨어지는 행위로 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지 않지만 인격장애, 불안장애 등을 동반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일단 사연 주신 분은 지금까지 폭식으로 불편함을 겪어오셨습니다. 적어주신 내용으로 보면 혼자서 생각을 돌아보기는 어려우실 것 같으므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거나 식이장애 클리닉에서 체계적인 치료를 밟아나가는 게 도움될 것 같습니다. 약물, 인지행동치료, 대면 상담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먹는다’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인의 모습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먹는 행위를 돌아보면서 그와 관련된 잘못 해석된 모습이 무엇이 있는지, 그로부터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로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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