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 자해라고 하면 칼로 손목이나 몸을 긋거나 찌르는 행동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자해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행동이라면 모두 포함된다. 자신의 몸을 꼬집거나 때리는 행위부터 상처의 딱지를 억지로 떼는 행위, 위험한 잠자리를 갖는 행위까지 모두 자해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에 자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복잡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나에게 통증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몸이 통증을 받으면 신체에서는 통증을 이완시키려는 신경물질을 분비하여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습관적으로 이어진다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감정도 감내하지 못하고 곧바로 자해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힘을 쏟게 되어 자해의 악순환에 들어서게 한다.

 

사진_픽셀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거나, 혹은 급격한 감정 기복을 겪는 와중에 전두엽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기가 자해 사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어린 학생들 혹은 별문제 없이 잘 사는 분들인데도 자해를 하는 경우 왜 자해를 했냐고 물어보면 “모른다”라고 대답한다.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다시 물어봐도 “그냥 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물어보면 '어떤 상황이었는데 이런 기분이 들어 자해를 했다'라는 구체적인 맥락이 나오는데, 여기서 자해의 생각을 바로잡는 것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해를 하는 친구라면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친구의 경우는 말로 표현하게 하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기존에는 힘든 생각이 들면 막연하게 ‘나는 감당 못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자해를 저질렀지만,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보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조정하여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자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다. 자해를 반복하지 않게 자해 대신에 표현할 수 있는 대안을 같이 찾아가는 것이 치료의 방향이다.

 

자해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분명 우울한 감정이 오랫동안 누적돼왔을 가능성이 크다. 자해 당시에는 감정에 따라 자해를 하더라도 나중에 기분이 괜찮아졌을 때는 자해를 후회하고 스스로 낙심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자신의 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상황적인 맥락도 있는데, 모두 내 탓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해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기분에 비추어서 생각하기 쉽고, 감정에 따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이 가라앉았다면 별것 아닌 것에도 크게 느껴지고 버겁게 느껴진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거나 스스로 아프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인지하고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덜 파괴적이고 감정과 타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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