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관계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술 먹고 횡포를 부리는 부모가 있고, 그런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선택한 배우자가 똑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반복되는 상황을 프로이트는 반복강박이라고 말했다. 반복강박이란 것은 성장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던 과정을 성장을 한 이후에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반복강박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성장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본인도 모르게 그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옳고 그르고의 판단과 상관없이 익숙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고, 옳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선택을 하게 된다.

 

반복강박으로 인한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행동이 인지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를 따지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선택을 하면서 발생한다. 본인은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아버지와 닮은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해 어머니의 삶을 다시 사는 딸들도 많다.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다가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대면하지 못하고 피하느라 오랫동안 자기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깨달음이 인생의 후반에 찾아오기도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에 벗어나지 못해 한 번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이런 삶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_픽셀


무의식에 각인된 삶의 방식을 고치는 것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부분은 잘못됐으니 고치세요’와 같은 지시적인 상담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자와 관계를 통해서 지금 힘든 관계를 상담실에서 반복하며 서서히 나아지는 것이다.

사람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고 하면 너무 모호하고 개념이 잘 잡히지 않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불편한 순간마다 어떤 생각을 떠올렸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실마리를 같이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변화를 하기 위한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이런 일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내가 어렸을 때 받았던 느낌이나 현재의 느낌이 비슷한지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다. 생각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여기서도 이미 굳어져 버린 생각의 틀이 있으면 매번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동화됐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디서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이런 결과가 반복된다고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했다고 해서 삶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삶은 습관이고 행동이기 때문에 교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전문의를 찾을 때 나와 꼭 맞다고 확신을 갖고 시작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눈치 보지 않고 내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는 치료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의료진과 내원한 환자는 조력 관계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반복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향을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정신건강전문의를 찾았다면 치료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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