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입면시 환청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환청은 조현병과 관련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낮에는 환청이 들리지 않는데 잠을 잘 때면 환청이 계속 들릴까 봐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깹니다.

이게 이비인후과에 가서 상담을 받을 내용인지 정신과질환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환시는 보이지 않고 오직 환청만 들립니다. 요즘에는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정말 큰일 났다 싶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박지웅 전문의입니다. 환청을 겪는다고 사연 주셨는데요, 수면 시 겪는 환각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환각에는 눈으로 보이는 환시, 들리는 환청 그리고 피부로 느끼는 환촉 등이 포함됩니다.

저도 낮잠을 졸다가 깰 때 환청을 듣기도 해요. 가위눌릴 때는 환시도 보여서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이렇듯 수면 전후로 느끼는 환각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꿈이나 수면 전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환각을 느끼고 현실이라고 믿는 경우입니다. 그 말은 스스로 환청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단 뜻이겠죠?

이와 다르게 조현병 환자분들이 겪는 환각은 ‘현실검증력’이 손상된 상태에서 경험됩니다. 그래서 허공에 대고 누구와 대화하듯 말을 하기도 하고, 부적절한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요. 이런 모습을 보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강화된 면도 있지만 요즘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증상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각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 뇌라는 것은 감각기관이잖아요. 그리고 그 감각기관을 통해서 외부세계를 예측하죠. 그 과정에서 가끔씩 실수가 있을 수도 있죠. 착시를 예로 들자면, 동일한 색이지만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색으로 인지되는 것은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겪는 뇌라는 감각기관의 공통된 실수입니다.

물론 뇌가 건강하지 않을 경우 이런 일이 더 많을 수 있지만, 그래도 환각이라는 경험에 대해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환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정상이 아닌’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오늘 밤에도 우리는 환각을 경험할 것입니다. 바로 꿈속에서요.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꿈속에서 우리의 뇌는 보고, 듣고, 느끼는데 그걸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