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모들에게 “자녀가 자라면서 꼭 지녀야 할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부모들은 흔히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답을 가장 많이 합니다. 

그러면 책임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 책임감이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가지며
* 다른 사람들에게 신용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 어떤 일이던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임감이란 아이의 학교생활뿐 자라서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자녀교육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말 잘 듣는 아이를 책임감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모 말이나 선생님 말에 잘 따르고 복종하는 것과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한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부모가 하라고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다면 아이는 그 일에 책임감을 느낀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덕목인 책임감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요? 부모는 내 아이가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라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걸까요?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내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는 7가지 방법에 대해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첫째, 책임감 교육은 2-3세에 유아기 때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책임감이란 자라면서 나이가 들었다거나 사춘기가 되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2-3세 유아기에는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책임감 교육이 됩니다. 

많은 부모들은 2-3세 아기들에게 어떻게 책임감을 가르치는지 의아해합니다. 아이가 떼를 쓴다거나 원한다고 부모가 다 해준다면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은 입만 벌려도 밥을 떠 먹여주기를 바라는 태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되는 일과 되지 않는 일을 구분해서 가리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유아기 때부터 아주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2-3세에 시작된 작은 습관들이 모여서 아이의 책임감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둘째, 집안일을 아이와 함께 합니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아이에게 집안일을 돕도록 하는 것입니다. 집안일은 가족 모두가 나눠서 함께 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해야 합니다.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하는 등 자기 방을 정돈하는 일은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 스스로 하게 해야 합니다. 만약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거나 아이 혼자서 움직이기 너무 큰 장난감이거나 할 때는 부모와 함께 정리하도록 합니다. 

가족 모두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 설거지통에 그릇 두기, 청소나 요리 준비하기, 쓰레기 버리기는 가족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며 이 일에 아이도 반드시 동참하게 합니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고 또 신체적으로도 자라서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집안일을 하게 합니다. 양말 한 짝이라도 빨래 바구니에 넣게 하거나 장을 보았을 때 과자 한 봉지라도 들게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부탁을 받고 부모를 돕는 행동을 하게 되면 자신을 무척 자랑스럽게 느낄 뿐 아니라 자신이 집안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 뿌듯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자신감은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도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기본 정서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책임감 교육을 위해 아이에게 집안일을 돕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셋째,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아이의 나이와 발달 수준에 맞추어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부모가 먼저 보여줍니다. 사과를 먹고 싶어 한다면 먼저 사과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사과를 어떻게 씻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최고의 학습 방법은 실습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책임감 교육 실습을 해 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을 안쓰러워하거나 아이의 짐을 대신 지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부모가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아이가 자라서 무책임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넷째,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돕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이런 일은 “부모를 도와주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는 설명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는 친구들과 지낼 때도 친구를 돕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책임감과 같은 인성교육은 특히 부모의 행동을 통해 전달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들은 자신에게 이렇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내가 맡은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사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가족들에게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만족감에 느끼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말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책임감을 느끼고 학교에서 공부할 때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에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됩니다. 

 

다섯째, 부모는 아이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먼저 발견하고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게 되면 타이르는 말을 하거나 꾸짖거나 합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아이 행동을 부모가 먼저 발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부모가 먼저 발견하고 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아이를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좋은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신이 해야 되는 일들인 숙제하기, 자신의 방 정리하기, 엄마의 식사 준비를 돕는 행동을 보인다면 아이는 큰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보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말 착하구나, 바로 그렇게 하는 게 훌륭한 행동이야.”
“우리 ○○는 정말 책임감이 강하구나.”
“엄마를 많이 도와주어 정말 고맙구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이런 말들로 부모가 먼저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사랑받는 느낌과 함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책임 있는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여섯째, 부모는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기대를 가져야 합니다. 

책임감 교육에 있어서 부모들은 아이의 나이와 발달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5살 된 아이와 10살 된 자녀를 가르치는 법은 달라야 합니다. 

2-3세 유아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걷게 되고 의사소통이 되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집안일을 돕게 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부모와 함께 정리하거나 자신의 옷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어린이 집을 가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하는 일과들, 씻고 옷 입고 하는 일들에 대해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에 가게 되면 매일 공부하는 것과 숙제하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지도가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용돈관리야 말로 경제적인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용돈관리를 통해 어려서부터 돈의 가치와 돈에 따르는 책임감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는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돈 계산이나 물건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은 용돈을 하루에 다 써 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거나 그것도 힘들면 나누어 매일매일 용돈을 받아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만 필요한 지출을 하고 약간 남는 정도로 용돈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용돈을 모을 수도 있고 다른 용도로 지출해서 소비생활의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면 안 됩니다.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습니다.

자녀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부모들은 자녀를 보호해주고 어려운 일을 대신 해결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살아가면서 문제를 겪을 때마다 부모가 늘 해결해 준다면 언젠가 아이는 부모를 떠나 “자기 자신의 짐” 즉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지나친 간섭과 과잉보호는 아이의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트립니다.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실수할 기회를 허락하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믿고 지켜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아이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고 어릴 때부터  나이와 능력에 맞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들은 여러 경험을 하면서 생기는 작은 실수를 통해 더 큰 책임감이 길러지게 될 것입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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