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유일하게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동물입니다. 타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은 무리를 지어 사는 생명체들 중에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과 생존을 위한 방식이 인간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습니다.

SNS에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 사진을 올리고, 내놓을 만한 명함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이면에는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점차 내가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통해서 자아정체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취향이나 지식을 드러내기보다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소비성향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타인과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보다는 존재 자체로 자존감을 발휘합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며 살수록 자신이 확신하는 가치감은 외부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스스로 낮게 본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안 좋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람은 정서적 고갈이 되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지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잘 안될 거야’, ‘나는 가치가 없어’라는 생각이 지속되다가 이것이 더 발전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할 거야’라고까지 생각이 발전되는 것입니다. 실제 타인의 생각과 상관없이 자의적인 판단이 망상으로까지 커지게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저 사람이 나를 안 좋게 볼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인지왜곡을 ‘관계사고’라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심해지면 대인관계에도 당연히 문제가 생깁니다. 더욱이 이런 인지왜곡 때문에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고립될수록 이런 생각은 더 심해집니다. 외출도 꺼리게 되고 만나던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게 됩니다.

 

우리는 대인관계를 통해 나의 왜곡된 다양한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교하고 공유하면서 필요 없는 왜곡된 생각들을 지워냅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의 생각은 일정 부분 객관적인 생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낮아진 자기 가치감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지왜곡이 생기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그럴수록 인지왜곡은 보다 악화되기 쉽습니다. 인지왜곡이 악화되면 망상 수준으로 빠지고 대인관계를 극단적으로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인지왜곡은 우울증에서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본인 자신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현재 자기 자신의 상황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취라는 것은 자신의 효능감을 발휘하는 통로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인생에서 목표로 하는 지점을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창출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의 목표를 향해 열정을 쏟아부을 환경이 아니라면 끊어진 대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방향을 재설정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끊어낼 환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고립되고 힘든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설정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때에는 자신을 정서적으로 도와주면서 현실을 이겨나갈 지원군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친구, 가족이 될 수 있겠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과적 진료를 통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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