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명 인물들 중에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진단을 받았다기보다는 생전의 생활특성이나 일화를 종합해 봤을 때 아스퍼거가 유추되는 겁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생전에 ‘괴짜’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다가도 연구실로 다시 돌아와 ‘출구를 잃어버렸다’라고 말한 일화나, 이발비가 아까워 스스로 머리를 자른 것이 그의 상징적인 부스스한 머리를 만든 배경이라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가 새로운 이론을 창시한 천재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 뒤에 일상에서 나타나는 아인슈타인의 모습은 그에게 다소 어리숙하고 엉뚱한 행동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 다른 인물들로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도 있는데 그는 20살 초반까지 히피 생활을 즐겼다고 합니다. 팀 버튼 감독도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외톨이로 지내면서 기괴한 스케치를 그려온 것을 바탕으로 ‘크리스마스의 악몽’, ‘가위손’과 같은 전례 없는 새로운 영화 영상을 창조해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라는 꽤 넓은 진단명에 포함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자폐성 장애는 언어 및 지능, 사회성 등 전반적인 발달장애가 심한 상태를 의미했다면, 현재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경한 자폐 성향부터 심한 상태까지를 두루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중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교적 언어나 지적능력이 유지되는 자폐의 한 유형으로   ‘고기능 자폐(High Functioning-Autism)’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스퍼거는 자폐 자체가 아니고 경한 자폐적 성향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를 가진 사람들의 지능은 평균 정도이거나 간혹 높은 지능을 보이기도 하지만, 지능의 사용에 있어 비특이적으로 치우쳐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능검사를 해보면 지능의 영역대가 들쭉날쭉하게 나타날 수 있죠. 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싫어하는 분야가 확고한 편입니다. 지능을 발휘하는 방식이 독특해서 일반인과는 전반적인 생각 및 행동 방식이 다르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아스퍼거를 판단할 때 특정 검사를 통해 진단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과 마찬가지로 어떤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로만 어떤 질환이라고 진단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상자와 가족 면담을 통해 언어, 지능, 사회적 발달력을 평가하고 전반적인 생활영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자폐 성향을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스퍼거는 정신질환으로 보기 보다는 개인의 특별한 성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성향은 대인관계에서도 독특하게 나타납니다. 마치 지능을 독특하게 활용하듯이 대인관계에서도 의사를 드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대화가 튀듯이 그들은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스퍼거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점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스퍼거를 가진 사람들은 증후군 자체가 불편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기보다 주변과 마찰이 생겨 2차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어서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언급했듯이 아스퍼거는 타고난 성향이기 때문에 질환이라는 범주에 매몰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향인 만큼 주변에서 바꾸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고 오직 자기 스스로만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때문에 다소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힘들다면 문제 되는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지속적인 사회성 교육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적인 성격이나 특성을 바꾸려는 노력은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스퍼거라면 고치지 못하는 병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타고난 고유성으로 받아들이고 재능을 보이는 분야에 기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주변에서 자폐성향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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