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세 여성 A는 독특한 성격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타로점을 보거나 손금을 보는 일 등을 하면서 생활한다. 그녀는 큰 별이 그려진 셔츠를 항상 입고 다니고 별모양의 커다란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녀는 외계 생물체와 텔레파시와 같은 기묘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외계 생물들이 인간 몰래 같이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다. 이런 모임 말고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데 집 밖에서는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A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굳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서인데, 가족 이외에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조현형 성격장애(분열형 성격장애,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의 사례입니다. 매우 독특한 생각, 공상, 취향을 가져서 흔하게는 ‘싸이코’라는 말을 자주 듣는 성격 유형입니다. 

외계인, 별자리, 귀신, 텔레파시 등과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공상에 몰입합니다. 이런 생각에 따라 매우 기이한 옷차림, 행동, 표현을 해서 주변의 시선을 끕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주변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불편해하고 친해지려는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때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우 싫어하는데 기저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심, 망상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역학 & 원인

유병율은 0.6%~4%가량에 해당합니다. 연구에 따라서 유병율의 차이가 큰데, 스스로는 병식이 없고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호발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전반적인 예후는 좋지 못한 편입니다.

유전적으로 조현병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조현병 일차 친족 중에서 15%가량이 조현형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의 경과 상 조현병과 유사하게 망상, 기이한 경험, 환각 등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점차 조현병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변을 인식할 때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에 결함이 있다면 특정한 부분만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조현형 성격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아기 시절에 조현형 성격 경향을 보이게 되면 성장과정에서 따돌림, 좋지 못한 경험이 반복되고 이는 조현형 경향이 강화되는 결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2) 진단

기괴한 언행, 독특한 것에 대한 관심,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의 부족, 인지왜곡 또는 환각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다음 중 5가지 이상에 해당해야 합니다.

-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관계사고
- 이상한 믿음이나 마술적인 사고에 몰입 (ex)천리안, 미신, 텔레파시, 육감 등)
- 신체적인 착각을 포함한 이상한 지각 경험
-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나 말을 함
- 의심하거나 편집증적인 사고를 보이기도 함
- 부적절하고 제한된 정동 (항상 굳은 얼굴 표정)
- 기이하거나 기괴한 행동이나 외모 (여름에 두꺼운 옷을 입는 등)
- 가족 이 외에 친한 친구가 없음
- 내재되어 있는 편집증적인 공포와 관계에 대한 사회적 불안


다소 독특한 취향,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모두가 조현형 성격장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변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꼭 성격장애라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질병이 아니면 굳이 치료를 받을 필요도 결코 없습니다.

조현형 성격장애는 소아기부터 시작해서 성인기 전반에 걸쳐서 지속됩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의학 질환의 급성기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형 성격은 전반적으로 증상의 진폭이 크지 않고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질병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정신의학적인 다른 질환은 급성기에는 성격장애보다 증상이 더 심한 경향을 보입니다.

 

3) 치료 & 예후

심리치료적으로 남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높은 목표를 잡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적절한 목표를 두는 것이 중요한데, 대인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행동치료적인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실질적 사회기술 훈련을 통해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사고, 망상, 기이한 경험 등의 정신증적인 증상이 두드러질 때는 항정신병약제가 치료적으로 꼭 필요합니다. 대인관계에서 불편감을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불안제나 수면제 등의 적절한 사용이 필요합니다.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우울증이 동반 이환되는 경우도 많아서 항우울제의 사용도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조현병과 같은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반질환(우울증, 다른 인격장애, 조현병)이 있을 경우 예후가 더 나쁘고 자살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주변에 관심이 없고, 혼자 만의 공상, 독특한 언행을 보인다면 조현형 인격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흔히들 싸이코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억지로 정서를 함양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인관계 교육, 행동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할 시에는 약물치료가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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