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연세채움 정신건강의학과 윤혜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자녀와 함께 사는 30대 여성입니다. 20대에 심한 우울증을 앓아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며칠간 혼수상태였던 적이 있습니다. 입원치료를 하면서 우울증은 많이 완화가 된 편이었고, 아이들을 낳고서 많이 좋아진 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후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합니다. 폐쇄성이 있어서, 높은 곳을 올라가서 무서운 폐쇄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면서 극심한 공포로 다가오고요... 정말 심할 때엔 에스컬레이터도 타지 못합니다. 고층 건물을 계단으로 올라갈 수는 있으나 장시간(3시간 이상) 있게 되면 무너질까 봐 무서워집니다... 집에서 잠을 자다 집이 무너질 거 같아 뛰쳐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요. 가끔은 지구가 부서져버린다는 생각까지 넘어설 때가 있습니다. 재해, 재난사고 뉴스를 보고 나면 몇 달간은 나가는 것 자체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 엘리베이터 외엔 뛰쳐나가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문제는 요즘 들어 아이들이 저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못 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타질 못하니 아이들도 못 타더라고요 ㅠㅠ 되게 높은 곳을 올라가는데도 묵묵히 계단으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미안해서... 최근 제주도 여행을 제의를 받았는데... 전 비행기나 배 얘기만 나와도 벌벌 떨거든요... 근데 아이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보이니 얼른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 저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 걸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혜진입니다.

말씀 주신 증상은 광장공포증의 증상으로 생각이 됩니다. 광장 공포증은 특정 장소에서 극심한 공포나 불안을 느끼거나, 그 때문에 그 장소를 회피하게 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요. 흔한 장소로는 자동차, 버스, 기차, 배,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이나, 주차장, 시장, 다리 위와 같은 열린 공간, 상점, 공연장, 영화관, 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된 공간, 줄을 서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집 밖에 혼자 있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광장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이 피하게 되는 장소는 만약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도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 곳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빠져나오기가 힘들 것이고, 밀폐된 공간(터널, 엘리베이터)은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며,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기차) 같은 경우에는 도중에 내리기가 힘들지요. 만약 이러한 장소에서 당황스러운 일이 나타날 것에 대한 염려나 불안, 공포 때문에 이런 장소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놓이게 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지요.

불안한 감정뿐만이 아니라 불안으로 인한 여러 가지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심장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식은땀, 손발 떨림이나 저림 등과 같은 여러 신체 변화 감각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체 감각으로 인해 불안은 더욱 악화되고 그 장소에서 빠져나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만일에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면 불안은 더욱 악화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광장공포증 상황을 피하거나, 동반자를 필요로 하거나, 혹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 속에서 견디게 됩니다. 반복되는 경우에는 외출도 어렵고, 혼자 있는 것도 두려워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장공포증 환자의 약 2/3가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황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불안장애나 우울장애와의 감별이 필요하므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으시고 정확한 평가 하에 치료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때문에 걱정하시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