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한폐렴 vs 신천지폐렴

코로나19 폐렴은 당초 공식 명칭이 우한폐렴이었다. 범인은 우한이었고, 악당은 박쥐를 먹은 미개한 중국인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폐렴은 비공식적으로 신천지 폐렴이다. 범인은 사이비 종교 신천지이고, 악당은 그들의 교주 이만희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확진자 수를 이어가던 우리나라 코로나19는 분명 신천지 신자들의 집단감염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집회 등 다중시설 출입을 지속한 사람들이 신천지 집단에서 속출했다. 동선을 감추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전히 밀접접촉 집회를 하는 신천지 관련자들도 많다고 보도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천지 교인이라면 확진자와 과거 밀접접촉해올 가능성이 무척 큰 것이 사실이다.

질병역학적 차원에서 추가적인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의 소재와 동선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신천지 관련자들에 대해 파악하고 역학조사를 지속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중국의 식문화 혐오가 단순히 유통 위생에 대한 지적이 아니었듯, 최근 신천지에 대한 비난 역시 단지 역학적 차원의 문제 지적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악당으로 지목된 신천지는 이미 전 국민적인 분노와 혐오의 배설구가 되어버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마어마한 사회적 혼란이, 신천지라는 명확한 과녁으로 표적되어 맹목으로 투사(Projection)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은 현세에 요한 계시록에서 예언한 종말이 닥쳤으며, 종말에 재림한 구원자가 바로 교주 이만희라고 믿는 사이비 종교이다. 그들은 종말과 구원의 그날이 다가올 때에, 약속의 땅 경기도 과천시에서 이 땅을 다스릴 14만 4천명을 구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신천지 교인들은 부귀영화와 영생을 누릴 14만 4천명에 들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 사기도 불사하며 분투한다.


언뜻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그 누가 설득한다 해도, 저런 이야기를 믿게 될 수 있을 거라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저 이야기를 믿고 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이한 현상이다. '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저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그들이 '나와는 다른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분류되어야만 그나마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존재'들이어야만, 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해진다.


신천지가 아무런 사회적 책임 없이 억울하게 비난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신천지라는 종교가 현재 국내 코로나19의 폭풍의 핵과 같은 존재이며, 그 이전부터도 수많은 사회적 혼란을 만들던 사이비 종교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분명 신천지라는 집단에는 잘못과 책임이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분노와 혐오를 각자 조금 냉철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만희 X새끼 해봐'로 신천지 신도를 색출하겠다는 농담 섞인 조롱. 신천지 교인들은 '이만희는 결국 늙어 죽을 일반인이다'는 이야기를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는 소문. 신천지에 빠지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도태된 패배자들이라는 폄하. 심지어는 돼지열병처럼 신천지 교인들을 모조리 살처분 하자는 극단적인 발언. 이러한 혐오와 조롱들을 객관적으로 뜯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이런 감정적인 시선 아래, 그 깊은 무의식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가. 허무맹랑한 교리를 맹신하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비웃음 밑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냉철하게 감정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가.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들을 분리시키고자 하는 오래된 본능이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들,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들, 없애 버려야 할 존재로 분류하는 분열적(Splitting) 사고방식이 우리의 분노를 점점 더 키우는 연료가 되고 있을 수 있다. 인류가 지난 수십 년간 이뤄온 통합의 쾌거를 거스르는 무의식의 본능이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

 

#진짜 악당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인명피해 못지않게 사회 경제적 혼란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한국의 GDP는 165억 3100만달러(약 19조 7천억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취업자 수 또한 35만 7천명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는 최악의 경우 전 세계 GDP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최대 9조 달러(약 1경 80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가 하나의 통일된 문화권으로 달려가던 중에 코로나19로 다시 온 나라가 빗장을 걸어 잠갔다는 사실이다. 서양 국가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극에 달했다. 아시아 국가 내에서도 중국과 일본, 한국이 서로를 비난하고 밀쳐내기 바쁘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몰이해와 혐오로 가득 찬 표현들을 내뱉고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국의 정상을 비난하고 있다. 안팎으로 분노와 분열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폭주하는 분노 속에서 '통합'과 '이해'의 메시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_픽사베이


단지 중국의 식문화와 신천지뿐만이 아니다. 2개월 전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악당 찾기'에 몰두해왔다. 늑장 대응을 하는 우리나라 정부, 비양심적인 중국 입국자, 몰상식한 00번 확진자, 은폐하는 중국정부 등등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악당을 찾아내고 비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과연 이 혼돈의 혐오광장이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사회 경제적 혼란을 가속하는 주범. '진짜 악당'은 그 '편 가르기와 혐오'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진짜 이해해야 할 과제

한스 로슬링은 비난본능을 지적하며, '개인이나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시스템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상적인 경로를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장애물이 바로 분별없는 감정적 대응이다. 비난은 명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난은 우리를 갈라놓을 뿐이다. 


범인을 찾아내고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지?'라고 비난하는 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우리는 '그 문제가 어떻게 지금처럼 큰 위기로 커졌는가?'를 분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통계 정보의 빠른 업데이트 및 공유, 백신 개발 등의 이성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가 수백만 년간 길러온 습성. 우리가 걸음마를 배우던 시절부터 길러온 습성. 그 미성숙한 본능적 습성에 휘말려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는 스스로를 일깨워야 한다.

 

#공감(Empathy)

자기심리학의 창시자 하인즈 코헛(Heinz Cohut)은 '공감'이란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상대방의 신발을 이리저리 재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던 아이가 깨우침을 얻는 순간은 바로 부모로부터 공감을 받는 순간이다. 부모로부터 진정 공감받을 수 있을 때에 아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인류는 분열하고 반목할 때 성장하지 않았다. 인류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서로 교류하고 통합하기 시작한 때였다. 그리고 그 통합의 동력은 분명 관용과 공감이었다.

'확장'은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물자에 대한 필요가 있었기에 인류가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확장을 유지하고 '통합'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해와 관용이었다. 두려움을 누르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공감이었다.


우리는 관용하고 공감함으로써 분노와 두려움을 걷어낼 수 있다. 분노와 두려움을 걷어내야만 편 가르기에서 통합과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구적 위기에서 인류가 늘 그래 왔듯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라도,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에 관용할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미국 애틀란틱에 실린 질병 전문가의 기사에 따르면,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앞으로 매해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러 가지 유형 중의 새로운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장기전이 될지 모르는 위기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 분명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가,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용과 공감의 시대를 기대해본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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