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전문의, 여의도 힐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우리 뇌는 두 가지 층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층은 뇌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영역입니다.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이 기본적인 욕구를 담당하는 영역으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부분, 즉 동물과 유사한 본능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기본적으로 충동을 발산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층은 뇌의 겉껍질을 차지하는 영역으로 인간과 동물과의 큰 차이를 만드는 영역입니다, 그중 전전두엽 영역에는 충동을 제어할 수 있는 억제기능이 있습니다. 첫 번째 층에서 발산하는 충동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진_픽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제로 흔히 처방되는 약물 중에는 벤조디아제핀 계열(항불안제)의 약물이 있습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우리의 뇌에 분포되어 있는 GABA 수용체에 작용을 합니다. GABA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이 분비가 되는데, 이 신경전달 물질은 신경세포의 과잉 발화를 억제해 뇌의 흥분성을 조절해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때문에 적절한 감마아미노뷰티르산 수치를 유지하면 스트레스가 줄고, 불안함을 덜 느끼게 되어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말한 신경세포의 과잉 발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뇌의 전반적인 작용을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작용, 뇌를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작용이 표면상으로는 더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욕이 증가해 폭식하게 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되는지를 설명드리자면, 첫 번째 층에서 발산되는 충동을 두 번째 층에서 억제하고 있는데 이 억제하는 기능을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이 또다시 억제를 합니다. 억제하고 진정시켜 놓은 것을 다시 억제해 버리는 거죠. 이것을 ‘탈억제기능’이라고 합니다. 뇌의 두 번째 층의 이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수면제를 먹을 때 식욕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참고 :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히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들로는 디아제팜, 로라제팜, 브로마제팜, 알프라졸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로 졸피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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