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차승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의도 힐 정신건강의학과]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려면, 언어이해력과 음독 능력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언어이해력은 글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음독 능력은 문자로 표기된 단어를 소리로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Q. 난독증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난독증을 앓는 인구는 얼마나 되나요?

A.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난독증과 정신의학에서 진단하는 난독증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정신의학에서 보는 난독증은 ‘특정학습장애’ 중, ‘읽기손상 동반’을 의미하며 정상지능, 정서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능수준에 비해 현저한 학습부진, 특히 읽기 능력에서 부진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난독증은 4-9% 정도까지 발생한다고 합니다. 주요 우울증의 평생유병률이 10% 남짓이고 공황장애의 유병률이 3~4%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습니다. 

 

Q. 난독증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명확한 한 가지 원인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난독증을 가지고 있으면 태어나는 아이가 난독증을 갖게 될 가능성이 50% 가까이 된다는 것은 유전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유전성은 뇌의 특정 영역(두정-측두, 후두-측두 영역 등), 신경세포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언어이해력과 음독 능력 중 하나에서 문제가 있으면 책 읽기가 어려워지는 건가요? 

A. ‘책 읽기’의 정의를 ‘책을 소리 내어서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지요. 언어이해력에 문제가 있다면 소리 내어 책을 읽어도 그 의미를 모를 것이고 음독 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책 내용은 이해할 수 있으나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Q. 소리 내어 읽는 ‘음독’은 가능한데, 눈으로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묵독’이 안 되는 경우는 어떤 케이스인가요? 

A. 앞서 이야기한 언어이해력의 문제입니다. 

언어이해력을 간단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단어 자체의 의미, 단어의 조합에 대한 규칙,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배경지식 등이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의 문제로 언어이해력이 떨어지면 그대로 보고 읽는 음독은 가능하지만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으면서 의미를 이해하는 묵독은 어렵게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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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난독증은 ADHD처럼 증상 체크리스트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난독증의 진단기준이 궁금합니다. 단순히 집중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라도, 책의 의미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난독증과 이런 상황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A.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히 사용하는 DSM-5(미국정신의학회에 의해 제작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에 나온 기준에도 ‘특별한 진단 도구나, 검사 도구의 사용 없이, 연령, 지능, 알맞은 교육에 따라 기대되는 수준보다 매우 낮고 이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정도로만 나와있습니다. 이 ‘낮다’를 평가하기 위한 몇 가지 도구가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표준화된 도구가 아니면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난독증을 진단할 때에는 난독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문제들의 배제가 중요합니다. 즉, 지적장애나 다른 신경학적 장애-ADHD와 같은 것도 포함되겠습니다. 부적절한 교육적 지도, 기분장애, 불안장애와 같은 읽기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배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난독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상기 문제를 비롯한 여러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없는데 읽기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난독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Q. 난독증 진단을 위해 실제로 어떤 검사를 하게 되나요?

A. 여러 검사 도구, 가령, CELF-5, Leiter-3, PPVT-4, CTOPP-2 등이 있는데 이러한 검사들은 대개 음운의 인식, 기억, 읽기 속도, 읽기 정확도, 받아쓰기 능력, 이름대기 능력, 작업기억력 등 여러 가지 언어기능을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표준화된 검사를 적용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문제들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들이 필요합니다. 표준화된 지능검사나, 정동장애에 대한 검사, ADHD를 배제하기 위한 집중력 검사들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Q.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분의 사례들을 알려주세요. (ADHD, 난독증, 집중력 부족.. 등)

A. 가장 표준적인 사례는 아무래도 아이의 수준에는 문제가 없는데 읽기, 읽으면서 해석하기, 문장의 파악이 필요한 요인이 들어가는 문제가 되면 아이가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제로 성적도 매우 떨어지는 사례가 일반적입니다. 가령 저학년 때부터 단순한 계산 문제에는 어려움이 없는 아이가 서술형 문제를 보면 얼어붙고, 읽기가 필요한 과목에서 극도의 무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Q. 난독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A. 약물치료와 언어치료를 비롯한 특수 교육치료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약물치료는 몇 가지 약물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있을 때에만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집중력 문제나 정동문제, 불안문제가 있고 이것이 언어치료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치료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네요. 음성학적 방법, 언어 구조 분석법과 같은 것을 활용하여 적용합니다. 치료적 개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대체로 3~4학년 이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효과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장기적인 예후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합니다. 

 

Q. 난독증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문 몇 가지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주세요. ‘기다리면 좋아진다’거나 ‘한글을 일찍 배우면 창의력이 줄어든다’ 등의 말들은 근거가 있는 건가요? 

A. 난독증은 기다린다고 좋아지는 질환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다릴수록 학습능력 저하로 인하여 이차적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유발하기가 쉬워지지요. 가능한 빠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한글을 일찍 배우면 창의력이 줄어든다는 속설은 예전에 한번 유행해서 일부러 한글을 늦게 가르치는 열풍이 불었던 것 같네요. 일부 연구결과를 볼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전체 맥락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이 나오게 된 이유는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글을 가르치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경계하기 위해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에 가르치기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즉, 서두르지 않고 아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이고, 창의력이 손상될까 봐 두려워 일부러 늦게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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