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정정엽 전문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조심해야 하는지,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스럽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우리는 감염을 우려하며 모든 행동을 조심해야 할까요? 아니면 두려움 없이 평소처럼 생활하면 될까요? 
 

사진_픽사베이


Q. 어느 정도로 조심하면 될까요?

A.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인 만큼 감염 예방 생활수칙을 준수하고 가급적 조심하는 게 맞습니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람들과 접촉을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이런 고민을 할 때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A. 두뇌는 끊임없이 우리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론합니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평소보다 더 자주 손을 씻고 외출을 삼가는 모습을 관찰한다면, 무언가 두려워서 피하려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극도의 경각심을 가진 상황에서는 우리의 뇌조차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구나’라고 추론하는 것이죠.

 

Q. 조심스럽게 행동하되 동시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능한 건가요?

A.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분리해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둘은 양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칼을 다루는 요리사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다루는 도구의 특성을 잘 알고, 사용할 때는 세심하게 다룹니다. 물론 칼을 부주의하게 다루면 본인이 다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성에 두려워하기보다는 이 병원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대책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Q.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움을 통제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반응도 과민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 앞으로 일어날 일을 궁극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의무감으로 매사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면, 떨쳐낼 필요가 있습니다.

 

Q. 또 반대로 어떤 학부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선을 받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A. 다른 사람에게 겁이 많은 사람으로 비춰질까 염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최소한의 조심스러운 행동은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으려는 사회적 노력의 일환입니다. 

 

Q.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매일 확인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일까요?

A. 조심하는 것이 끝없는 경계 태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속도나 사망자수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확인하고 있다면 중단하기를 권합니다. 질병본부센터에서 발표하는 자료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위험행동이 아닌 이상, 일상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Q.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A. 삶은 문제의 연속이죠. 우리 삶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당면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도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역시 앞으로 살면서 마주해야 할 문제들의 연속선상에 있는 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Q. 그래도 때때로 불안이 앞설 때는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불안의 신체 반응을 조절하면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도 줄어듭니다. 깊은 심호흡을 해보세요. 두려움에 압도됐을 때 심호흡을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호흡은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까지 함께 합니다.

이외에도 평상시 꾸준히 하는 운동, 취미활동, 명상 같은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보다 전문적으로는 이완훈련 같은 것을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의 도움을 통해 불안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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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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