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사람입니다. 최근 들어 거울을 보기가 무서워졌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거울 속 제 자신과 눈을 마주치기가 힘듭니다. 꼭 거울 속에 있는 제 자신이 또 다른 저 자신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때문에 자꾸 거울을 볼 때 제 눈을 마주 보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몇 달째 이러고 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정신 상태와 관련이 있는 걸까요? 한 번은 거울 너머에 있는 저 자신이 절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미칠 지경입니다. 상담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요?

또 이런 느낌을 받은 후 몇 달 전부터는 제 방구석에서 누군가가 절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고 있습니다. 자거나 컴퓨터를 할 때면 자꾸 그런 시선이 느껴져 이젠 성질이 다 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게 확실한데 왜 이런 느낌을 받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사진_픽셀


답변)

올려주신 내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거울과 관련된 부분도 있겠으나, 시선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시선을 보내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시선을 느낀다는 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감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현실검증력 또는 현실감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현실검증력 또는 현실감각은 현실과 비현실을 경험할 때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떠한 자극이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외부에 실제로 존재하는 자극인지 구분하고 판단이 가능한지를 뜻합니다. 이러한 현실검증력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망상과 환각입니다.

현실검증력이 양호하다는 것은 외부사건이나 자신의 신체를 익숙하게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안 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현실이 아닌 것으로 바라보게 되는 비현실감,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인증, 과거에서 본 장면을 다시 경험하는 것 같은 기시감 혹은 데자뷰 현상,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 정신이 신체를 벗어난 듯한 유체이탈 같은 경험, 왜곡된 신체 이미지 경험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일부 증상들은 보통 사람들도 심각한 스트레스나 신체적인 피로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이 일시적이고, 지속적인 경우는 드뭅니다.

사연에서 말씀해주신 어려움이 지속적인 상태라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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