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몇 년 전 이혼을 하고, 상처가 아주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에게도 큰 상처를 받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혼자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삶의 의욕은 당연히 없고 여기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드는데 용기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이혼 과정도, 남편과 잘 지내다가 갑자기 싸우고 남편이 다음 날 집을 나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문자로만 연락한 끝에 헤어졌습니다. 어처구니없고 화가 나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말 사랑했고 믿었는데.. 아직도 솔직히 안 믿깁니다.

근데 그것도 모자라.. 몇 달 전 엄마와 다툼 끝에 어머니에게 욕설과 막말을 듣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상태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엄마에게 버려졌고, 약 20여년이 지나 노력 끝에 엄마를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힘든 과정들, 만나고 보니 막상 내가 그리워했던 엄마가 아닌 생경한 성향의 엄마..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잘 지내려고 노력했고 심적으로 힘들어도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저는 두 번 버림받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정말 혼자만 남은 상태로 너무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당장 생계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자꾸 힘든 상황에 두려움만 커집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잡니다. 왜 사는지고 모르겠고 이 나이에 바보가 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뭘 시작조차 못하는지.. 직장을 구해야 사는데 그것도 구인 전화조차 시도를 못합니다.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너무 두렵고 다 싫습니다. 살던 여기를 떠나고만 싶은데 그것도 생각만 많고 용기를 못 내요.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은 병원인가요? 무슨 어떠한 말이든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숲 정신과의원 염태성입니다.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가족과 배우자와 사이가 틀어져, 지금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어떤 말도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조언해드릴 만한 내용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주변에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심적인 의지가 되도록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사람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고, 그런 의미에서 가까운 친구가 되었든 친척이 되었든 의지를 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세요.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서 조언을 얻거나, 혹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지금 느끼시는 심적인 공허함이나 배신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소소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시작해 보세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행동이 선행되면 이에 동반한 감정적 변화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작게는 집안 청소나 쇼핑부터 크게는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지금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들을 단계적으로 순서를 매겨서 하나씩 진행해 보시면 점차 에너지가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되실 수 있습니다. 단, 오래 일할 자리를 구하거나 이사를 하는 등 인생에서 크고 중요한 결정들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정되신 후에 충분히 고민하고 실행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거나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 습관이 장기화되면 술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 술 자체에 중독되는 별개의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음주량이 많지 않다면 스스로의 의지로 줄이거나 끊어 보시고, 의지만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건이 되신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위에 말씀드린 방법들 이외에도, 현재 가지고 계신 심적인 문제들을 비교적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병원에 방문하실 여유가 되지 않으시다면 살고 계신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하여 도움을 청해보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위 방법들을 잘 활용하셔서 현재 상태를 꼭 극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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