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 숲 정신과 전문의]

 

좋은 관계란,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삶을 공유하는 것을 배워가며 형성되는 연결고리의 모든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이 사람과 얼마나 깊이 연결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죠.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의 내면세계로 초대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서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좋은 관계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연결과 분리입니다. 상대와 함께 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분리된 자아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과 ‘자아를 분리시키는 능력’ 중 하나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떤 사람은 연결에는 매우 능숙하지만, 자아의식을 지키는 데는 그다지 능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것엔 매우 능숙하지만, 타인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과 더 강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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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신의 애착 방식을 되짚어봅니다.

먼저, 자신의 애착 방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렸을 때 우리는 모두 최초 양육자에게 애착을 갖게 되는데, 이 애착은 일생 동안 인간관계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 역할을 합니다.

안정된 애착은 우리가 관계에 대해 자신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반면, 불안정한 애착 패턴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너무 친밀하거나’, ‘너무 냉담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형성된 애착 패턴이 성인기에 형성되는 관계의 친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예로, 만약 자신이 어린 시절에 회피적인 애착관계에서 성장했다면 성인이 됐을 때 상대방을 무시하는 애착 패턴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을 요구가 지나치거나 통제하려는 사람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계에서 감정적 친밀감에 압도당하거나 친밀함을 제압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예로, 어렸을 때 불안한 애착관계에서 자랐다면, 어른이 되어 지나치게 집착하는 애착패턴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더 집착하고, 불안하고, 소유욕이 강하며 거부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을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두 경우에서, 모두 분리와 연결에 있어 어려움을 겪습니다. 무시당한 애착패턴이 형성된 사람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상대의 요구를 거부하는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불안정한 애착에 사로잡힌 사람은 지나치게 거부 반응을 살피며, 상대에게 늘 사랑을 확인받기를 갈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애착 패턴을 가지고 있든, 내면의 안정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방법은, 과거 자신의 애착 패턴을 확인하고, 현재 관계에서 자신의 믿음과 행동을 인식해보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이러한 믿음과 이에 근거한 행동에 의문을 던져봅니다. 그리고 패턴을 바꾸는 시도를 해보세요. 이런 시도를 통해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2. 진짜 감정이 아닌 것에 이끌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비판적인 내면의 소리로 들려오곤 합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한 발 물러서, 매달려, 경계해’ 등의 메시지가 관계에 마찰을 일으키는 행동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런 진실되지 않은 소리에 맞서 자신의 진짜 감정에 연결될수록, 상대에게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3. 자신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의욕을 보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가까워지고 취약한 부분이 드러날수록, 오래된 방어막으로 되돌아가 비판적인 내면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더욱 통제하려 들거나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불안해지거나 관계에서 물러서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분리와 연결 사이의 균형을 망가뜨립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방어기제를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라는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활력과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삶을 공유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적으로 관계에서 물러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할수록 나와, 상대방 그리고 둘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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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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