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가면 의사는 "어떻게 느끼세요?"라고 자주 묻습니다. 이 질문은 치료에 있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치료자의 역할 중 하나는 환자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감정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 핵심입니다. 치료자는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감정을 잘 느끼고, 삶을 즐기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감정을 밀어내고, 완전히 부정하려고 하려 합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버겁고 혼란스러운 감정의 속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화재 감지 경보가 울려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우리가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저 맴돌기만 하던 사고 과정은 물론 궁극적으로 행동까지도 나의 감정에 맞게 바꿀 수 있습니다.

진공상태에서는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은 대인 관계에서, 외부 상황에서 오는 산물입니다. 감정을 잘 다루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감정을 잘 활용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겠습니다. 
 

사진_픽셀


1. 감정을 정리해보고, 본능적인 감정에 주목해보세요.

감정은 주로 상황, 생각 또는 어떤 느낌에 대한 내적인 반응입니다. 감정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함, 두려움, 불안과 같은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상황에서 뒤로 물러납니다. 또 돌보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발 떨어져 있었던 감정들에 다시 주목하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다 보면, 감정은 우리가 느끼는 것의 정체와 이유를 정확히 말해주는 정보로 작용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맞게 되죠. 이때 본능적인 감정은 불필요한 감정을 걷어내고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해 줍니다.

 

2. 감정을 마주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세요. 

감정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움직임’입니다. 감정은 행동을 자극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행동에 영감을 줍니다.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감정을 고착시키고 행동할 수 없게 합니다.

상황에 갇혔다고 느낄 때, 자신이 어떤 감정을 피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충분히 느끼지 않고서는 변화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불편함에서 변화가 일어나지요. 불편함을 견뎌보세요. 

분노를 예로 들어 봅시다. 분노는 사회규범상 부정적인 감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억압된 분노는 경로를 찾지 못하고 수동적인 공격과 같은 엉뚱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가 가져오는 내적 경험에 더 집중한다면, 자신이 자극받는 상황과 패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노를 부정하면 그 행동은 계속됩니다. 분노를 받아들여만 효과적인 소통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3. 감정을 허용하고 표현해 의사소통을 명확히 해보세요.

감정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제공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상황에서 발생하는 요소들을 한데 묶어 통합적인 사고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와의 논쟁 끝에 경멸감을 느낀다고 해봅시다. 이에 대해 주변 환경을 끌어와 설명하거나 원인을 재구성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 감정이 잘못됐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을 허용함으로써, 자신이 느끼는 방식과 필요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4. 진실한 감정을 나누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세요.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함께 있고 싶어 하고, 고립보다는 친밀감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합니다. 감정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사람들과 친밀감 속에서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자신의 감정을 나누는 것은, 관계에서 나의 연약한 부분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교류한다면 그 관계에 강한 결속이 생기고 미래에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자신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결과는 상대에 대한 진실함으로 전해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잘 다루는 법을 습득하셔서,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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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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