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구로 연세 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이미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 지쳤습니다. 코로나 블루가 아니라 코로나 번아웃이 온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2020년이 벌써 3달이 지났지만,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모든 것이 멈춰버렸습니다. 국민 모두가 집안에 틀어박혀 넷플릭스를 보면서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버틴 지도 한 달이 넘었지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한번 자가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불안감과 우울감, 외로움과 공허감

-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느끼는 위축감과 고립감

- 무기력감의 반복으로 번아웃 증후군

- 외부적 자극이 오래 차단되어 감각의 이상

- 이명이나 환청, 이인증(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나 이현실증(지금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 아닌듯한 느낌)을 일시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 미래에 대한 예기불안으로 공황증상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해 볼 것

 

2.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 '나라가 망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끝났다'처럼 불안이 너무 심해서 망상적인 수준일 때

- 코로나에 전염되니까 외출도 아예 하면 안 된다는 불안강박이 생길 경우

- 외출 후 수십 번 손을 씻고 물건을 알코올로 닦는 오염강박이 심해지는 경우

-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심해져서 주변 지인이나 가족에게 심하게 화를 낼 때

- 직장동료나 주변 사람들을 과하게 의심할 때

-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들 때

 

3.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 성급한 일반화나 흑백논리, 파국적인 사고 등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아닌가?

- 지나친 불안과 완벽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것

- 코로나 관련 뉴스를 하루 종일 체크하면서 영향받고 있는가

- 가짜 뉴스에 현혹되거나, 댓글이나 선동에 불안했던 적이 있는가

 

4. 내가 지금 너무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내가 요새 자주 남 탓을 하고 의심을 하는 건 아닌가

- 예전 같으면 참고 넘어갔을 일에도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지르는지

- 같은 일에 반복적으로 화를 내고 되새김질하는 것은 아닌가?

- 폭언이나 욕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진 일은 없는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분노는 뇌의 편도체에서 생기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편도체는 해부학적 위치상 대뇌피질보다는 변연계와 가까워서 원초적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기관이지요. 

문제는 분노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해석하고 반추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다시 화를 내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극한 분노가 생기면 전두엽의 마비로 이성이 멈춥니다. 큰 실수를 할 것 같으면 바로 그 자리를 피하세요. 

숫자를 세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함으로써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의식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엔 심호흡을 하세요. 천천히.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혼잣말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더 외롭고 공허해졌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연대의식이 필요합니다. 지인들과 자주 통화하고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음으로써, 혼자 지치고 우울하지 않도록 공유하고 지지해 주세요. 마치 초등학교 때 비상연락망을 돌리던 것처럼 말이지요.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둬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이 위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 매일 스스로에게 주지시켜줌으로써, 지나친 불안과 의심으로 뇌가 우울해지는 것을 예방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 서울대병원 본원 임상강사,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
현)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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