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경계성 성격장애는 어떤 질환인가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의 75%가량에서 신체적/성적 학대가 보고됩니다. 어린 시절 유기, 분리, 학대 경험이 경계성 인격장애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애 초창기 경험이 성장과정에서 좋은 관계 형성을 통하여 극복되어야 하는데, 만약 극복이 되지 않을 경우에 경계성 인격장애가 형성됩니다.

신경생리학적으로 어린 시절의 불안 경험은 편도체(amygdala)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복되는 부정 경험은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장기간 지속되면 전두엽(frontal lobe)의 판단능력, 충동조절능력에 저하를 가져옵니다.

 

Q. 경계성 성격장애가 뇌 질환인 줄은 몰랐습니다. 구체적으로 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감정을 제어하고, 안정적이게 만들고,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부분에 이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마치 쓰나미처럼 뇌를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과도한 상태로 됩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 MRI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겨 뇌의 해당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죠.
 

사진_픽셀


Q. 정신과에서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어떻게 치료하나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여러 종류의 약으로 뇌의 작용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있을 뿐, 완벽한 치료제는 없습니다.

여러 약을 사용해서 치료를 하는 것도 일종의 추측이고 시도의 일환입니다. 사람들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부작용도 많기 때문이죠.

 

Q. 유명인 중에서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마릴린 먼로가 떠오르네요. 아버지는 없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에게서 난 그녀는 양부모 가정과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폭행도 당할 뻔한 적이 있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노력했지만, 그녀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전해집니다. 아무리 많은 남자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해도, 그녀가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없었죠. 그녀는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제외하고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생각되는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입니다. 물론 두 예시 모두 진단이 내려진 것은 아닙니다. 

 

Q. 경계성 성격장애를 사랑만으로 치유할 수는 없는 건가요?

경계성 성격장애를 사랑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사랑은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족들은 그렇게 믿고 싶을 것 같아요. 

질문해주신 분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믿고 싶은 것이랑은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라고 해도, 암/병/정신적인 증상을 치료할 수는 없어요.

 

Q. 열심히 사랑을 주었더니 치료가 되었다는 사례들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예외일 거야" "노력하면 될 거야"라고 말하며 기적을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적일 뿐,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아마 기적이 일어난 대부분의 경우 "사랑"만 준 것이 아닌, 주위의 좋은 환경과 좋은 치료가 동반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Q. 경계성 성격장애는 결국 사랑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군요. 

지금 주는 사랑 그 자체만으로는 한 사람이 자라난 초기 환경의 영향을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어릴 때 형성된 애착관계 등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지금 주는 사랑이 그때 그 시절 받았어야 하는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Q.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우주복을 입고 있는 사람’에 비유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만으로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치료할 수 없죠. 아니, 극복할 수 없습니다.

우주복을 생각해보면, 얼굴만 제외한 전신을 감싸고 있습니다. 내 몸 외에는 만지더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죠. 그 우주복 안에는 자신과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부끄러움, 수치심, 낮은 자존감들이 들어있습니다. 

누군가 우주복을 벗겨주려 한다 해도, 외부에서 맨손으로 손쉽게 우주복을 벗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도구를 써야겠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나는 우주복 안에 있는데 누군가가 완력과 도구를 사용해 나의 우주복, 내 내면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좋을까요? 나의 내부의 것들이 외부에 알려지길 바라나요? 단언컨대 그 누구도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부에서 어떻게든지 들어가려고 하는 것보다, 안에서 나오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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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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