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직 한창인 요즘 확실히 홀로 보내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다 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적절한 자극과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을 기웃거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유튜브에 떠도는 나비보벳따우라는 영상과 이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물을 접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저도 처음에는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이 노래를 접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보기 시작했으니까 유튜브에서도 추천영상으로 뜬 것일 겁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비보벳따우는 어째서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일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물론 인터넷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을 일컫는 바이럴(viral) 영상, 밈(meme) 등의 개념은 크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왜 어떤 영상들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빠르게 타고 다른 것들은 그렇지 못하냐에 대한 것입니다.

나비보벳따우는 원래 [K.K House]라는 공식적인 제목을 가진 노래이며 게임회사 닌텐도의 발매작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수록된 수많은 게임 속 노래 중 하나입니다. 게임 자체는 특유의 감성적이고 “힐링”적인 요소가 특징입니다. 

나비보벳따우 영상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눈썹을 가진 무표정의 말티즈 강아지가 기타를 들고 알 수 없는 기계음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도 갑자기 나비보벳따우 영상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의아해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듣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 자존심이 상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감정에 그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2012년 Berger and Milkan이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서, 분노 또는 불안과 같은 정서를 야기하는 뉴스 기사를 남들과 공유를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슬픈 기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높은 정서 각성도를 유발하는 콘텐츠는 동시에 신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남들과 공유하고 싶게끔 동기유발을 가져가 준다는 것입니다.

2013년 Guadagno과 그의 연구진들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대학생들에게 분노유발 영상, 귀여운 영상, 웃긴 영상, 중립적인 영상들을 시청하도록 하고 그들의 정서반응을 측정한 다음, 최종적으로 영상을 남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연구결과,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영상이 공유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다음으로 공유될 가능성이 큰 영상은 신체적인 각성을(diffuse arousal) 일으키는 영상들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을 뛰게 하는 영상들입니다. 역시나 가장 공유될 가능성이 낮은 영상은 아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영상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정서 각성도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우리의 감정은 크게 2개의 축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서가 축, 다른 하나는 각성도 축입니다. 정서가는 쉽게 말해서 유쾌하거나 불쾌한 감정입니다. 각성도는 얼마만큼 유쾌하거나 불쾌한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두 개의 축을 X, Y축처럼 교차하면 우리가 느끼는 모든 정서를 좌표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가령 나의 정서 상태가 불쾌하지만 각성도가 낮은 경우 이는 우울한 상태라고 볼 수 있고 각성도가 높을 경우 분노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서의 원형 모델(circumplex model of affect)입니다.

 

나비보벳따우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니 어딘가 모르게 오묘한 것이 기분이 편안해지고 아련함까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몇몇 유저들은 가사가 서정적이고 감동적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기계음에 불과한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노래에서 전달되는 어떤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고 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한 결과 지금의 인기를 누리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운 상황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즐겁고도 소소한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 주었기에 이와 같은 인기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원철 기자

 

참고

Berger, J., & Milkman, K. L. (2012). What makes online content viral?.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9(2), 192-205.

Guadagno, R. E., Rempala, D. M., Murphy, S., & Okdie, B. M. (2013). What makes a video go viral? An analysis of emotional contagion and Internet meme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9(6), 2312-2319.

나비보벳따우에 대한 설명: https://www.youtube.com/watch?v=iuv3DoC-p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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