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재원, 김준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아이가 정말 말을 안 들을 때, 때릴 수도 없고! 이런 생각들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아이 버릇 고치는 데 엉덩이 좀 때리면 안 될까요?
 

김재원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됩니다. 가볍게 엉덩이를 때리는 것으로 버릇을 고칠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미국에서는 소아과학회에서 정기적으로 훈육지침을 내놓고 있습니다. 1998년에 처음 나왔는데요, ‘효과적인 훈육지침’이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2018년에 10년 만에 개정판을 내놨어요.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효과적인 훈육’이라는 정책, 성명서이자 훈육지침을 내놨습니다. 2018년에 나온 개정판에는 여러 연구가 포함되었는데요,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서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로는 반복적으로 심하게 체벌받은 사람들의 뇌 영상을 촬영했어요. 18살에서 25살 사이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심하게 체벌을 받은 사람 23명과 그렇지 않은 정상 대조군 22명의 영상을 촬영해서 비교했거든요. 심하게 체벌받았다는 것은 만 12세 이전에 최소한 3년 이상, 1년에 12번 이상 체벌을 받은 경우예요. 한 달에 한 번꼴로 체벌이 있었던 거죠. 

체벌을 받은 사람에게서 정상 대조군에 비해, 인지기능이나 주의집중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인 전전두엽의 여러 영역에서 회백질의 부피가 감소되었고요, 그것이 IQ, 인지기능의 저하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반복적으로 심하게 체벌을 받은 사람들이 뇌의 발달에도 문제가 생기고, 인지기능도 저하가 되었다는 뜻이죠. 

다른 연구에서는 부모와 자녀 관계를 목소리를 녹음해서 평가했어요. 서른세 가족 정도를 녹음했는데, 절반 수의 가족에서 부모가 아이를 체벌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말로 훈육을 하고, 30초도 되지 않아서 체벌했어요. 어떤 뜻이냐면, 체벌을 계획해서 한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충동적으로 체벌을 했다는 뜻이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이에게 체벌했는데 아이는 보였던 문제 행동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체벌이 행동을 고치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죠.

여러 연구가 포함됐는데 이 2가지 연구가 흥미로워서 소개를 드립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를 체벌로 볼 수 있을까요?
 

김재원 : 체벌은 사실, 심한 말을 하는 것도 체벌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가볍게 때리는 것도 체벌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부모가 체벌했을 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 번째로는, 18개월 미만의 어린 영유아에게는 체벌이 신체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커요. 두 번째로는 심하게 체벌을 당한 아이들은 아동기에 공격 행동이 증가하고 부모·자녀 관계가 안 좋아져요.

세 번째로 도덕관념의 내재화나 자존감의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서, 심하게 체벌을 받은 사람들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가면 공격 행동이나 반항이 심해지고, 알코올이나 물질 사용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연구처럼 인지기능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네 번째로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체벌에 의한 영향은 학대에서 비롯된 영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거예요. '체벌은 학대와 동일하다. 체벌과 학대의 해로운 영향은 동일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Q. 체벌하는 부모에게 어떤 특징이 있나요?
 

김재원 : 어린 시절에 학대를 많이 받았거나 심하게 체벌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똑같은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죠.

사람들은 체벌과 학대의 경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는 게 어떻게 학대랑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생각보다 체벌과 학대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요.

근본적으로 체벌을 하지 않겠다고 부모로서 결심해야 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주의의 특성이 강한 나라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벌은 근본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Q. 그래도 진짜 너무너무 화가 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거 어떡해 어떡해!’ 이러는 경우가 정말 많을 텐데,  어떻게 참나요?
 

김재원 : 말로 훈육을 해야죠. 말로 조용하게 아이를 가르치면서 훈육을 하는 습관을 들이셔야죠. 폭언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이를 잘 다스릴 수 있어요. 아이의 문제 행동에 따라서 행동규칙, 계획 같은 걸 미리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아이를 타이르고 행동을 수습해 나가면 체벌이나 폭언 없이도 아이의 행동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김준원 : 저도 당연히 동의해요. 체벌은 하면 할수록 강도는 점점 세져요. 처음부터 아동학대가 일어나진 않거든요. 하다 하다 아이의 반응이 없고 강도도 점점 세지고, 그래서 결국 이어지는 게 아동학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하지 말아야죠. 욱할 때도 있고 소리가 헛나올 때도 있지만, 방향이 중요해요. ‘이렇게 해야 우리 아이가 10년 후에 행복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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