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조현병이라는 질환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혹은 조현병 환자를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그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기피하고, 경계하지는 않나요? 오늘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가족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현병. 비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에 대한 인지 및 검증력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뇌의 신경구조의 이상으로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을 겪는 상태, 즉 조현에 이상이 있는 병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나 행동, 사고장애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회적 위축 및 감정 반응의 저하 등도 동반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가족일원 중 누군가가 조현병을 앓게 된다면, 그 이후부터 모든 가정사의 중심은 그 가족을 돌보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자기 가족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기도 합니다. 혹여나 아픈 가족이 사소한 것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여 말을 삼가고 행동도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짜증을 내더라도 받아주고, 기이한 행동을 해도 웬만하면 참고 받아들이고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며 외부와의 소통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가족들 모두가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점차 지치게 됩니다. 가족 내 갈등이 점차 심화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심지어 적대감까지 가지게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우선 조현병이라는 것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종류의 조현병 증상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현증세는 크게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나뉩니다. 양성증상이라 하면, 환청, 망상과 같이 정신병리적인 행동과 사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음성증상은 사회적인 기능이 전반적으로 감소해서 의욕이 없어지고, 관심사가 적어지면서 활동이 위축되는 증상을 말하죠.

증상이 잘 드러나는 양성증상이 병원을 더 많이 찾게 됩니다. 다행히도, 이 양성증상은 약물치료로 상태가 호전될 수 있습니다. 처음 증상이 발생하면 약물치료를 권하고, 치료의 효과가 있으면 1~2년 후에 약물을 점차 줄이거나 끊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작하게 되면 조현증세를 늦출 수 있고 인지적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약물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현증상이 심한 사람의 경우 혼자서는 약물 복용이 힘들기 때문에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반면 음성증상의 경우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가 어렵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증상도 음성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음성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약물 복용과 함께 사회훈련과 같이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조현환자를 위한 낮병원이라든지,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 역시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보완책일 수 있습니다.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힘든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랜 투병과정에서 가족들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병원입원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면회도 잘 허락되지 않는 곳,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운 곳으로 가족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죄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마냥 지켜보는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 관계자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죠. 더욱이나 외부와의 소통이 점점 단절되고,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어 더 답답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족이 함께 방문하셔서 면담을 하시는 것이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이 생활하시는 가족분들의 정신건강 상태도 많이 예민한 상태일 것 같습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 어떠한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지에 대해 치료실에서 치료자와 함께 인지적으로 한 단계씩 짚어나가면서 상담을 받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같이 지내는 가족들의 고충과 힘든 점을 나누며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상태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갈등만 깊어진다면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요.

 

지금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으시다면, 그에 대해 느끼는 좌절감과 부담감이 가족분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참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성적인 질환이고 계속 관리를 해 나가야 하는 마당에 한국의 경우 이 부담을 오롯이 가족 구성원들이 짊어져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들의 보호병동 입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지원이나 지역사회의 지지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가정에서도 환자를 돌보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에 대한 정책이나 지역사회의 방향성이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가 정신질환을 돌보는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는 병원에서 진단, 치료에 초점을 맞춰 환자들이 사회와 단절이 이뤄졌다면,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환자들이 사회가 그어놓은 경계 없이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한다는 분위기로 만들어 현재 사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정신질환을 앓는 이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것이 공동체 문화였고 아직은 전통이 남아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조현병 환자를 기피하며 병동에만 가두어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이탈리아처럼 탈원화를 시켜 우리 사회 모두가 이들을 돌보고 함께하는 분위기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천천히, 장기적으로는 조현병은 입원시켜야 한다는 인식의 문턱을 넘어 조현병을 앓는 가족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사회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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