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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왜 같은 약만 주나요?

기사승인 2018.08.31  23: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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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군대에서 아파 본 적이 있는가? 군대에서 진료를 받아보면, 군의관이 어느 누구에게나 다 같은 약을 준다. 전설의 빨간 약을. 목감기가 걸려서 목이 칼칼하고 따끔거리는 사람에게도, 장염 때문에 열이 심한 사람에게도, 어딘가 부딪혀 타박상을 입은 사람에게도 말이다. 군의관들은 환자에게 관심이 없다. 군대 갈 때에는 꼭 약을 챙겨 가야 한다.’

군의관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겠지만, 아마도 이 전설의 빨간 약은 비스테로이성 항염증제(NSAIDs)일 것이다. 감기에 걸렸다고 감기약이 따로 있거나, 장염에 걸렸다고 장염약이 따로 있거나, 타박상을 입었다고 타박상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은 목감기로 목이 아픈 사람에게는 목의 염증을 없애기 위해서 NSAIDs를, 장염 때문에 열이 심한 사람에게는 해열 효과를 위해서 NSAIDs를, 타박상을 입은 사람에게는 진통 효과를 위해 NSAIDs를 준다.

그렇다, 약은 감기, 장염, 관절염 등의 ‘진단’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니라 ‘증상’에 따라 주는 것이다. 또한 NSAIDs처럼 항염증효과, 해열효과, 진통효과 등 여기저기 다 쓰이는 만능약도 있는 것이다.

군대와 유사하게 비슷한 약만 준다고 오해를 받는 진료과가 있다.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다. 도대체 왜일까?

‘가슴이 답답해서 왔다’는 환자를 보자. 이 한 문장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어쩌면 이 환자의 모든 삶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니 증상에 초점을 맞춰보자. 가슴이 답답해서 왔다는 이 짧은 한 문장에는 삶의 무게에 억눌린 우울 증상이, 삶의 조급함에 숨이 차는 불안 증상이, 삶의 답답함을 몸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신체 증상이 담겨 있다. 이런 환자에게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가 많은 도움이 된다.

정신과적인 증상은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우울, 저건 불안, 그건 강박적 사고, 또 다른 건 신체증상(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 이런 식으로 말이다. 참 어렵지만 우울 증상에도 불안 증상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그 반대로 불안 증상에도 우울 증상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강박적인 사고는 정신병적 증상인 망상과 초기에는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우울증으로 가도 똑같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불안장애로 가도 똑같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처방 받는 경우가 흔한 것이다.

순수하게 우울 증상으로만 시작한 우울증이라도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여러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우울 증상으로 시작해, 불안 증상이 더해지고, 강박 증상이 더해지고, 신체 증상이 더해진다. 정신질환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불안 증상으로 시작해, 우울 증상이 더해지고, 강박 증상이 더해진다거나 또는 강박 증상으로 시작해 불안 증상이 더해지고 우울 증상이 더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첫 진단은 우울증으로 시작했지만 이 증상, 저 증상이 다 나타난다. 그래서 이 약, 저 약 다 쓰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조합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이다.

항우울제는 NSAIDs처럼 무수히 많은 역할을 한다. 간단하게 대표적인 효과를 네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말 그대로 우울 증상을 감소시킨다.

둘째, 항우울제는 불안 증상을 감소시킨다.

셋째, 항우울제는 수면을 돕는다.

넷째, 항우울제는 통증을 완화시킨다.

항불안제 역시 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울, 불안, 불면, 신체 증상 등은 많은 정신과적 질환에 동반되는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그러므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조합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 정도로 설명해 두겠다. 최대한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싹둑 잘라낸 내용도 있어, 잘못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요지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는 약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똑같이 주는 성의 없는 처방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환자의 증상을 세심하게 고려해 조합한 약 이라는 것이다. 의사와 약에 대한 신뢰는 치료 결과를 확연히 높일 것이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aum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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