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이정석 전문의] 

 

비록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코로나 19의 확산이 많이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많은 부분에서 바꾸어 놓았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주말과 휴일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퇴근 후 실내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유흥시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시되었다면,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마저 꺼리게 되었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가정폭력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합니다. 코로나 19가 단지 사람들의 목숨을 뺏을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지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식당, 카페, 기념품점과 같은 영세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호텔, 항공, 백화점 같은 대기업들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무급 휴직의 형태로, 일부는 해고나 파산과 같은 형태로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 산업의 여파는 결국 사람들의 전체적인 구매력을 저하시켜 제조업과 기타 서비스업으로까지 실업의 마수를 뻗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실업이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우리나라는 근 20여 년 사이에 IMF와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큰 경제적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고 실업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일자리를 잃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에 출근하면서 눈치를 보고, 누군가를 해고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순간 그 해고자가 혹시나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실직이 눈앞에 닥치게 되면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의 자존감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이들은 술에 의존하여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게 됩니다. 거기에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가정 내 불화까지 심화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 사태와 닷컴 버블 시기의 외국의 연구에서도 실업이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의존, 자살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로써 입증된 바 있고, 전체 자살 중 약 20에서 30%가 실업이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영향은 실업이 다소 일상화되어있는 남유럽보다 서유럽과 북미, 그리고 아시아지역에서 현저하다고도 합니다.

경제신문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매일같이 발표되고 있는 요즈음은 이러한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이 곧 코앞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업과 관련된 정신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업 자체를 예방하여 실업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겠지요. 즉,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각종 보조금을 투여하며 금리를 낮추고 한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현재로써는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일부는 실업으로 내몰리거나 실업의 위협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의 상황이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술에 의존하거나 심한 자책을 하는 것을 최대한 삼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며 가족들도 서로를 탓하는 것을 최대한 삼가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실업으로 인한 우울감이 지나치게 심해지거나 불안감, 죽고 싶은 생각 등이 악화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적절한 약물과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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