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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고 싶은 이유, 스트레스와 식욕의 관계

기사승인 2020.05.14  00: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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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고양시 라엘마음병원, 이희상 정신과 전문의]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음식을 먹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먹을 것을 찾고, 배달 어플을 뒤적이다 결국은 음식을 먹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7년 미국에서는 음식이 신체적 욕구뿐 아니라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컴포트 푸드는 편안하고 위안을 주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낄 때 그런 부정적인 정서를 감소시키기 위해 컴포트 푸드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1) 또한 컴포트 푸드를 먹으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부정적인 정서가 줄어든다고 한다.2) 

즉, 우리는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기도 하지만 정서적인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무언가를 먹기도 하는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는 “빵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라는 말이 있으며, 우리는 종종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진_픽셀


그러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식을 먹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컴포트 푸드가 비만을 급속히 확산시킨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3)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음식을 먹는 행위는 영양소의 과잉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우리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24시간 편의점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먹방’과 ‘쿡방’을 콘텐츠로 자주 활용하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쁘고 외로운 현대인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Christensen은 개인의 정신적 고통과 음식의 순환적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4) 우울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고통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활성화하여 음식을 섭취하게 하고, 이는 일시적인 기분의 개선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러한 기분의 개선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곧 부정적인 기분으로 돌아가게 되고, 다시 음식을 먹게 되는 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와 음식의 순환적 관계는 폭식 행동을 설명하는 부정정서이론(negative emotion model)과 일맥상통한다. 부정정서이론에서는 우리가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서 폭식 행동을 한다고 설명하는데,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 음식으로 주의를 돌림으로써 고통스러운 감정과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5) 

그러나 이렇게 음식 섭취를 통해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효과적인 정서조절 방법이 될 수 없다. 폭식을 통한 정서조절은 일시적일 뿐 아니라 폭식 후에는 죄책감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부정적인 정서가 더 증가함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6) 또한 ‘날씬함’을 신체의 이상적인 기준으로 보는 사회에서 개인은 폭식 후 체중의 증가를 걱정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부정적인 정서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심리적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는 잘못된 습관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음식을 먹을 때 ‘마음챙김 먹기(Mindful Eating)’를 하라고 제안한다. ‘마음챙김 먹기’란 음식을 먹는 당시의 감각적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이렇게 음식을 먹으면 적은 양을 먹어도 만족스럽게 느끼게 되어 폭식 행동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7) 

예를 들어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다면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감각 자극을 알아차리며 먹어 보는 것이다. 초콜릿 케이크의 모양과 장식은 어떤지, 예전에 먹었던 다른 케이크와는 어떤 점이 다른지, 또 어떤 점이 비슷한지 살펴본다. 또 초콜릿 케이크를 자를 때 느낌이 단단한지 아니면 부드러운지 촉촉한지도 느껴본다.

초콜릿 케이크를 입안에 넣고 나서도 몇 번 씹어 그냥 삼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촉이 느껴지는지, 초콜릿 크림과 케이크 시트가 입에서 녹는 느낌이 얼마나 달콤한지 입안에 퍼지는 맛을 하나하나 느껴본다. 케이크를 씹어 삼킬 때에도 목에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입안에는 어떤 향이 남아있는지 현재 느껴지는 감각적 경험에 집중하며 먹는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먹는 동안 느껴지는 감각과 느낌을 알아차리며 천천히 먹다 보면 음식에 대한 욕구와 충동을 줄이고 진정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 참고

1) Dubé, L., LeBel, J. L., & Lu, J. (2005). Affect asymmetry and comfort food consumption. Physiology & behavior, 86(4), 559-567.

2) Troisi, J. D., & Gabriel, S. (2011). Chicken Soup Really Is Good for the Soul: “Comfort Food” Fulfills the Need to Belong. Psychological science, 22(6), 747-753.

3) Dallman, M. F., Pecoraro, N., Akana, S. F., La Fleur, S. E., Gomez, F., Houshyar, H., ... & Manalo, S. (2003). Chronic stress and obesity: a new view of “comfort food”.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0(20), 11696-11701.

4) Christensen, L., & Pettijohn, L. (2001). Mood and carbohydrate cravings. Appetite, 36(2), 137-145.

5) Leon, G. R., Fulkerson, J. A., Perry, C. L., & Early-Zald, M. B. (1995). Prospective analysis of personality and behavioral vulnerabilities and gender influences in the later development of disordered eating.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04(1), 140.

6) Hilbert, A., & Tuschen‐Caffier, B. (2007). Maintenance of binge eating through negative mood: A naturalistic comparison of binge eating disorder and bulimia nervosa. International Journal of Eating Disorders, 40(6), 521-530.

7) Kristeller, J., Wolever, R. Q., & Sheets, V. (2014). Mindfulness-based eating awareness training (MB-EAT) for binge eating: A randomized clinical trial. Mindfulness, 5(3), 282-297.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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