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졸피뎀은 불면증에 처방하는 약물로,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중추신경을 억제해서 잠에 들게 하는 약물입니다. 약물이 몸에 들어간 후 2시간 후면 절반 정도가 체내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수면 유지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약물이기도 합니다.

졸피뎀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복합수면행동’이 있는데, 이는 약에서 깨어나기 전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졸피뎀을 복용하고 잠에 들었지만, 몽유병처럼 돌아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졸피뎀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최진실, 최진영, 박용하 씨가 자살한 것의 배경에는 졸피뎀의 남용이 있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또한 졸피뎀을 오랫동안 쓰다가 사용을 중단하면 금단증상이나 반동성 불면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졸피뎀은 잘 쓰면 좋은 약이고, 많은 환자에게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들과 함께 의존이나 남용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몇몇 환자들에게는 처방 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수면 보조제의 목적으로 쓸 수 있는 다른 정신과 약물들이 몇 종류 있고, 퀘티아핀도 이 중 하나입니다. 퀘티아핀은 원래 조현병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다른 효과들도 입증되고 있어 현재는 여러 증상들에 쓰이고 있는 약물입니다. 조현병 외에 조울증이나 우울증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주로 장기입원한 노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행동문제인 섬망이라는 증상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퀘티아핀은 저역가 약물입니다. 역가가 낮다는 말은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용량 변화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퀘티아핀의 경우 많이 쓸 때는 800~1000mg, 적게는 12.5~6.25mg을 쓰기도 합니다. 저용량의 경우 수면문제에 도움이 되고 고용량의 경우 조현병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조울증, 우울증 등의 기분 문제에서는 이 사이쯤의 용량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이 수면에 주는 효과가 완전히 같고 부작용도 없다면, 현실적으로 퀘티아핀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퀘티아핀은 의존이나 남용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약의 효과나 부작용 등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약을 처방할 때 행정적인 문제가 있는데, 퀘티아핀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조현병, 조울증, 혹은 심한 우울증의 진단이 있어야만 처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퀘티아핀의 수면에 대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면 수면장애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약을 쓸 수 있도록 의료법이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

처방받으시는 약물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 스스로가 정신과 약물들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고 이에 의존한다면 위약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효과가 좋더라"라는 말을 듣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위약효과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 충분히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의 효과나 상담의 효능감을 느끼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전문의의 판단을 조금 더 믿고 신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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