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임찬영 전문의] 

 

사연) 

얼마 전 MBTI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ISFP가 나왔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제 성향과 너무 똑같더라고요.

‘개인적인 거 좋아하고, 미적 감각이 있고(이건 그냥 제 생각..), 온화하다는 말 많이 듣고, 화를 잘 안 낸다.’

이 결과를 듣고 기쁜 동시에 좌절도 몰려왔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친구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같이 노는 건 꺼려진 적이 많았는데, 저는 그게 어릴 적 친구 관계 트라우마 때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원래 개인적인 성향이더라고요. 조금 안심이 되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말수가 적어서 친구들이 저랑 있을 때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성격을 재미있게 바꾸려고 다분한 노력 중이었는데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좌절도 느꼈는데요.

 

여기서 질문을 하자면 MBTI는 신뢰성이 있나요? 저만 우연히 일치하게 나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MBTI 유형. 즉, 성격을 바꿀 수 있나요? 자기 성격에 만족하고 살라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시도는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회생활에 마이너스인 것 같아요. ISFP 중에 I만 E로 바꿔도 여한이 없겠습니다ㅠㅠ

어릴 때 꿈이 화가, 패션 디자이너였는데 재능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MBTI 결과를 보고 이게 아닌가? 미적 감각이 뛰어나면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능성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MBTI 믿고 진로 바꿔도 될까요? 참고로 저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패션계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하셨어요. 진로를 정해놓긴 했지만 요즘 많이 흔들리고 있네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작성하신 내용은 최근에 시행한 MBTI 검사에 대한 내용, 성격적인 경향성에 대한 고민, 향후에 직업선택에 대한 고민 등을 말씀하셨네요. 제가 질문자분의 자세한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질문하신 내용에 대하여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BTI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성격 검사 중의 하나입니다. 청소년기, 사회 초년생들에게 성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상담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군대, 직장 등에서도 MBTI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시행 문항이 그리 많지 않아 시행이 간단하고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 평가하기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널리 행해지는 검사인만큼 어느 정도 신뢰성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자료인 것은 아닙니다. 자가보고형 자료인 만큼 객관적인 검사는 아니기에 명확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과 값이 절댓값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성향 정도로만 나오는 것도 제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자료는 아니지만, 성격에 대한 이해와 향후 직업 선택 시에 고려할 수 있는 보조적인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적당해 보입니다. '온화하고 화를 잘 내지 않는 부분 등의 명확한 강점에 대하여 이해하고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이, 반면에 개인적인 부분이 강하고 이게 약점으로 생각된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겠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MBTI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컨디션이나 상태에 따라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성격적인 부분이 개선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오히려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성격적인 부분은 분명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성향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고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우리의 성향/성격은 계속적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과는 불일치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차이는 인생에서 한 시기가 되면 마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완벽한 모습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이나 실수에 대하여는 반성을 하고 계속해서 개선을 위해서 노력합니다. 가끔씩은 좋은 모습에 대하여는 자부심도 느끼는 경험도 하곤 합니다.

이런 과정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일평생을 통틀어서 일어납니다. 질문자 분이 좀 더 사교적인 성격이 되고자 노력하신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소년기에 질문자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민하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교적이고 화려한 사람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반면에, 조용하고 개인적인 사람은 그런 사람을 위한 조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질문자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외향적인 성격이 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화려한 부분이 좀 더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코 그 사람이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질문자분의 성격처럼 개인적이지만 원만하게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사람도 충분히 중요한 사람이고 더 나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성격은 분명히 변화가 가능합니다. 외향성이 부족해서 피해를 본다면 분명히 개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고 주변과 어울릴 수 있다면 무조건 외향적으로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좋은 선택임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자신과 어울리는 강점을 개발하는 것이 더 적절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직업 선택에 대해선 고려해야 할 부분은 여러 가지입니다. 개인의 기호, 가족과 사회의 기대/환경, 금전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맞추어서 결정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죠.

원하는 것이 정말 명확하지 않다면 어느 하나로 결정을 하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고 그때를 위하여 토대를 쌓아 두는 준비를 했으면 합니다. 과정에서 MBTI와 같은 검사를 받는 것도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절대적인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기에 질문자분처럼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약간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생각보다는, 가지고 있는 좋은 성향을 개발해 나간다면 좀 더 멋진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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