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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건 투자일까, 도박일까?

기사승인 2020.06.01  07: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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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이정석 전문의] 

 

올해 1분기에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들과 중국의 경제는 상당 부분 멈추어 섰습니다. 이에 따라 1분기 주식시장은 상당히 폭락했었고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아직 코로나 19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산유국들은 자신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서 증상 경쟁에 돌입했었고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었죠.

이러한 혼돈을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은 기회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같은 우량주식들을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보고 대량으로 매집하기도 하였고 오히려 주가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리버스 인덱스 펀드를 매입하기도 하였죠. 또 유가가 저점이라고 생각해서 유가 관련 펀드에 투자하였다가 매도하지도 못하고 자금이 묶여버린 분들의 뉴스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워렌 버핏이나 칼 아이칸과 같은 이른바 투자의 현인들은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는 과연 투자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일까요 아니면 도박 또는 투기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투자와 투기 모두 돈을 투자해서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이고 사행성의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 행위의 경계는 항상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투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사실 본인이 투기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힘들게 모은 재산을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죠.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도박이라고 알려진 포커게임이나 화투를 친구와 가족과 가볍게 즐긴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까요?

 

도박 중독은 정신의학적으로는 병적 도박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병적 도박은 최근까지는 정말로 존재하는지가 애매한 질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에 중독된다는 것은 술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에만 존재하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하는 것이 술이나 마약을 하는 것과 비슷한 뇌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축적되어 가면서 도박 또한 뇌의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라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결국 2013년에 와서야 질환으로 분류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투자라고 불리는 것들도 술이나 마약과 비슷한 습관성을 유발하고 뇌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질환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될 정도의 행동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병적 도박의 진단기준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병적 도박의 진단기준

- 원하는 흥분을 얻기 위해 액수를 늘리면서 도박하려는 욕구가 있다.
- 도박을 줄이거나 중지시키려고 시도할 때 안절부절못하거나 과민해진다.
- 도박을 조절하거나 줄이거나 중지하려는 노력이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 종종 도박에 집착한다.
- 괴로움을 느낄 때 도박한다.
- 도박으로 돈을 잃은 후, 흔히 만회하기 위해 다음 날 다시 도박을 한다.
- 도박에 관여된 정도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 도박으로 인해 중요한 관계, 일자리, 교육적, 직업적 기회를 상실하거나 위험에 빠뜨린다.


위의 진단기준 중 4개 이상의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병적 도박이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진단기준을 잘 살펴보면 도박에 배팅하는 금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이를 중단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 않으며 직업이나 가정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지속이 될 때 병적 도박이라고 진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자산 투자 쪽으로 해석해 본다면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돈을 잃어서 그만두려고 하지만 습관적으로 주식 프로그램을 켜게 되며 이로 인해 직장에서 집중력을 잃고 직장생활을 잘하지 못하며 가정에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나빠진다면 이는 병적 도박에 가까운 투기행위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잘 알려진 워렌버핏은 ‘10년을 가지고 있을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가지고 있지 말라’라는 말을 하였죠. 만약 당장 내일, 또는 1시간 뒤의 가격 등락이 궁금해서 잠시도 핸드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본인의 투자 습관을 되돌아보고 혹시 내가 병적인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투자습관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정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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