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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으로 마음 보기] 다시 사랑하기 위해 서로의 삶을 채워가기

기사승인 2020.06.03  06: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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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정신과 전문의의 예능으로 마음보기 시리즈>

예능으로 마음보기 시리즈에서는 방송 예능 하나를 정해, 그 예능이 가지는 심리사회적 의미를 찾아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마음이나 사회에 주는 의미를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예능을 보는지, 이 예능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선택의 이유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어떤 예능을 정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지금 한참 유행하는 예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너무 많은 예능 속에서 선뜻 결정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지금 가장 핫한 예능을 하기보다, 최근 본 예능 중 가장 따뜻한 인상으로 남았던 예능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예능은 MBN에서 시즌 2가 방영 중인,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입니다.
 

사진_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다사)는 이혼의 경험이 있는 여성 출연자들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혼녀로, 싱글맘으로 살아오며 마음 아팠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응원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엠티에 온 것처럼 사회자나 출연자들이 둘러앉아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는 따뜻함도, 아픔도, 슬픔도, 아련함도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혼녀와 싱글맘에 대한 편견

여타의 예능을 보며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예능에서 남성의 이혼은 일종의 예능 코드가 되었습니다. “미운 우리 새끼”나 “아는 형님”처럼 남성 출연자 중심의 방송을 보면, 종종 이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물론 당사자로서는 불편한 부분이 있겠지만, 공개적인 방송에서도 하나의 농담거리로 이야기될 만큼 무겁지 않은 소재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여성의 이혼 경험이 예능에서 가볍게 언급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눈물과 어려움이 담긴 무게 있는 소재로 조심스럽게 다뤄져온 과정에는 배려도 있지만, 아직 여성의 이혼에 있어 편히 거론하기 어렵게 하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도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익숙함을 통해 편견이 사라지는 과정

이혼을 경험한 여성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덤덤하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우다사’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던, 이혼 여성으로서의 부담이나 주변의 시선을 예능 안에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담아냅니다. 그 내용을 과장하거나 감추려 하기보다,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상황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못되거나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그 입장과 상황이 와 닿고 이해가 되면서,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자신도 모르게 줄어들게 됩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어렵게 하는 마음의 부담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이혼이 그만큼 흔해졌고, 사회적으로 부작용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실입니다. 이혼 이후에도 삶은 치열히 살아가야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러 마음의 부담을 느끼게 만듭니다.

결혼했던 시기에도, 이혼하는 과정에도, 이혼 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이런 마음의 부담은 계속되고, 설령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할 때도 느껴집니다. “우다사” 안에서도 다시 사랑하기 어렵게 하는 마음의 부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이혼을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에도, 마치 자신이 무책임한 것 같고 경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주눅이 들고 피하게 되고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두 번째는 ‘이전의 상처가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불안입니다. 이혼은 일종의 정서적 트라우마입니다. 한때는 가족으로 항상 함께하던 관계가 깨어지는 과정은 지독한 갈등이 반복되며 마음에 상처를 남깁니다. 그 끔찍했던 과정을 생각하면,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이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세 번째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염려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내색하지 않고 지켜보시던 부모님을 떠올리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이별의 상처를 안고 있을 텐데도 밝게 자라 가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그저 무거워집니다. 괜히 더 걱정을 끼칠까, 더 상처를 줄까 염려하는 마음에, 자기 자신의 삶은 좁게 줄이고 조심스럽게 살아가게 됩니다.

네 번째는 아직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서입니다. 여기서는 사회적인 시선도 한몫합니다. 한때는 주변 눈치 안 보고 사회적인 역할로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혼하고 나니 당장 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직업적인 부분에서도 괜히 주눅이 들고,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커집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생활을 버텨나가기 위해 다른 여유를 누릴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지금 사랑을 할 여유가 있을까’하는 생각 속에 마음을 접게 되기 쉽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 삶을 들여다보고 소통해가는 과정

“우다사” 안에서도 이런 출연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만 그렇지 않고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습니다. 혹여 누군가 필요 이상으로 상처를 되새김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서로를 다독입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나눕니다. 직업적인 생활이나 집에서의 생활, 여가 활동, 부모님이나 자녀와의 관계 등,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함께 서로의 삶을 응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혼자가 아닌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 있습니다. 이 지원군 덕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그 설렘과 불안에 대해 나눕니다. 그 과정을 시청자 관점에서 지켜보며, 우리 역시도 마음이 설레고 응원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간 바라보지 않았던,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우리 주변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고 듣고 이해해 갑니다. 그렇게 우리가 잘못 가졌던 편견도 지워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공감해 갑니다.

 

들어주고 다독이고 지지하는 것

방송의 내용을 보면, 출연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공통된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안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어떤 불안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과정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되는 죄책감이나 주변 시선의 부담 등, 이제껏 마음속에 담아 왔던 내용을 말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덜어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잘못이 아니라는 걸, 틀리지 않았다는 걸 함께 다독입니다. 자책할 필요도, 비난받을 이유도, 주눅 들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불필요한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오랜 시간 매여 있던 상처에서 벗어나, 서로 괜찮다고 긍정하며 자신의 삶에 집중해 갑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이제껏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들고, 맞춰주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찾아갑니다. 사회적 역할을 지속하고, 나를 위한 즐거움을 만들어 가고,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준비해 갑니다. 그렇게 나 자신을, 그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함께 경험하게 되는 마음의 회복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서로 공감해 가는 과정은 정신과 진료와도 비슷합니다.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온 그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고 다독이고 현재의 삶을 키워간다는 맥락에서 그러합니다.

그런 과정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마음 안에 있을 부담이나 상처, 불안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그간 가진 편견을 극복해 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억눌림을 벗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도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마음으로 답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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